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의 마지막 피의자인 김모(30대)씨가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 되고 있다. /경찰청

일명 태국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의 마지막 피의자가 베트남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되면서 사건 실체와 함께 피의자 간의 구체적 공모관계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는 피의자 2명은 최근 공판에서 모두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사건을 맡은 경남경찰청은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된 김모(30대)씨의 신병을 인계받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김씨는 지난 12일 베트남에 있는 은신처에서 붙잡혔다. 범행 4개월 만이다.

김씨는 한국인 공범 2명과 함께 지난 5월 3일 태국 방콕의 클럽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 관광객 A(34)씨를 렌터카에 태워 파타야로 납치한 뒤 살해하고 대형 플라스틱 재질의 드럼통에 시멘트와 함께 넣어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피의자 3명은 또 A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경남에 있는 A씨 가족에게 마치 A씨를 살해할 것처럼 협박해 돈을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A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37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지난 5월 11일 태국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태국 경찰이 시멘트로 채워진 플라스틱 드럼통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드럼통 안에서 한국인 관광객 A씨의 시신이 나왔다. /파타야 뉴스

경찰은 지난 5월 12일 범행 직후 국내로 들어와 있던 공범 이모(20대)씨를 전북 정읍에서 붙잡았다. 또 다른 공범 이모(20대)씨는 범행 직후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붙잡혀 지난 7월 10일 국내로 송환됐다. 2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붙잡힌 김씨는 범행 직후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는 방법으로 도피처를 옮겨 다니면서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하지만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지 경찰과 재외공관의 협조를 통해 베트남의 한 은신처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이미 붙잡혀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공범 2명과의 공모관계 등 사건의 실체 규명과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속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태국 파타야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모(20대)씨가 지난 7월 12일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을 살해·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로 전북 정읍에서 체포된 A씨가 지난 5월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기소돼 병합 재판을 받는 이씨 등 2명은 “살해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살인과 시신 유기 등 범행을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 피의자인 김씨 역시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비슷한 취지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이번에 국내로 송환한 김씨에 대해 조만간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조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관련 대화 내용 등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재판을 받는 공범 2명의 사건을 병합해 심리 중인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김씨 사건 역시 함께 병합해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마지막 피의자 김씨가 수사관서인 경남경찰청으로 이송되자 피해자 A씨 유족은 창원지법 앞에서 피의자 신상 공개와 함께 엄벌을 촉구했다.

A 씨의 친누나 B씨는 “우선 동생과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피의자 검거에 노력해 주신 경찰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피의자들이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다”며 “사람을 죽여놓고 피의자 중 일부는 사선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형량 줄일 생각만 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범인 3명을 검거했으니, (동생이) 더는 억울한 마음가지지 말고 그곳에서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재판을 통해 나쁜 놈들이 꼭 엄벌에 처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