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적장애인 등을 선원으로 취업시키고, 임금을 가로챈 불법 소개소 운영자가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노예처럼 일하고도 임금 대부분을 빼앗겼다.
통영해경은 준사기와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A(50대)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A씨와 공모해 선주에게 선급금만 받아 챙겨 달아난 선원들도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부산에서 무허가 선원소개소를 운영하면서 지적장애가 있는 B씨 등 50~60대 3명을 서해안 꽃게 통발 어선 선원으로 보낸 뒤 임금을 자신의 통장으로 받아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오랜기간 선원으로 일해 온 B씨 등 피해자들이 지적장애를 갖거나,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것을 노려 “돈을 더 벌게 해주겠다”며 소개소로 데려왔다. 이후 숙식 제공을 빌미로 채무를 지게 했다.
이후 A씨는 B씨 등을 서해안 꽃게잡이 통발 어선에 선원으로 보냈다. B씨 등이 일한 곳은 고기잡이 중에도 노동강도가 세고, 근무환경이 열악해 내국인은 꺼리는 곳이라고 한다.
A씨는 선주들에게 직접 돈을 받았다. 피해 선원들이 지적 능력이 떨어지니 자기에게 돈을 주면 각각 나눠 주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갖가지 핑계로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뱃일을 하면 월 평균 300만원을 주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평균 약 100만원만 줬다. 이렇게 A씨가 3명으로부터 3년 3개월간 가로 챈 금액은 1억 3000만원 정도다.
B씨 등은 노예 같은 선원 생활을 견뎌야 했다.
해경 관계자는 “보통 한철 조업 기간은 5개월 정돈데, 이 기간 B씨 등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20시간씩 일을 했다”며 “일부 선주는 이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조업 기간 내내 육지에 배를 대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몸이 아픈 피해자가 병원 진료를 위해 배에서 내리면, 사람을 보내 감시하고 다시 배를 타도록 했다. 또 계약기간이 종료된 피해자들을 다시 소개소로 데려와 다음 배를 탈 때까지 감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렸다.
A씨는 무허가 선원소개소를 운영하면서 불법으로 선원 140명을 소개해 1억원 상당의 소개비를 챙기기도 했다. 또 일반 선원 3명과 짜고 1년간 배를 타는 조건으로 선주들에게 선급금을 받아 놓고 무단으로 배에서 내리는 수법을 통해 4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챙겼다.
해경이 파악한 A씨의 범죄 수익금은 4억여원이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비와 유흥비로 썼고, 1억7000만원은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사실상 힘들게 일하고도 돈을 만지지도 못했다. 현재 구조된 피해자들은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해 가족에게 인계됐다.
통영해경 이정석 수사과장은 “지적장애 선원이나 연고가 없는 선원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인권유린과 임금착취 사범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