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에서 말괄량이 소녀 앤은 “나는 10월이 있는 세상에 사는 게 정말 좋아요”라고 말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10월은 축제의 계절로 불린다. 10월을 맞아 경남에선 눈과 입이 즐거운 축제가 연달아 열린다.
◇남해서 느끼는 독일 감성
‘보물섬’이라는 애칭이 붙은 남해에서는 ‘2024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2일부터 나흘간 개최된다. 남해군 삼동면 독일마을에서 열리는 올 축제는 ‘맥주로 빛나는 남해의 열두 번째 즐거움, 프로스트(건배)’를 주제로 펼쳐진다.
개막일인 2일 마을 주민들이 독일 전통 복장을 하고 마을 곳곳을 다니는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올해는 다른 지역 맥주축제와 차별화하기 위해 남해 독일마을이 생겨난 배경에 초첨을 두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구성했다.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을 기념하는 ‘파독 광부·간호사 뮤지컬’을 매일 무대에 올린다. 또 ‘파독 광부·간호사 토크 콘서트’ ‘독일마을 주민합창단 공연’을 선보인다. 꽃내중학교 학생들이 독일로 파견된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의 노고를 기리는 ‘아리랑’ 오케스트라 공연도 펼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오크통 개봉 퍼포먼스를 나흘 내내 진행한다. 축제장에서 독일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뮌헨 옥토버페스트 분위기를 계속 연출해 이국적인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맥주축제 전용 맥주잔 굿즈를 선보여 축제를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축제장에선 독일 유명 맥주는 물론 남해 지역 맥주와 소시지 등 다양한 식음료를 맛볼 수 있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귀국 후 정착한 특별한 마을이다. 전통 독일식 주택과 마을 앞에 펼쳐진 남해안의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남해군은 대한민국 원조 맥주축제인 독일마을 맥주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남해의 대표축제이자, 이제 경남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독일마을에서 아름다운 가을 풍광과 남해 곳곳의 매력을 함께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령서 느끼는 부자(富者) 기운
인구 2만4000여명으로 경남 18개 시·군 중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은 ‘부자(富者)동네’라는 말을 듣는다. 부자바위로 불리는 솥바위 때문이다. 솥바위에는 조선시대 한 도사가 ‘주변 20리(8km)에 큰 부자가 나온다’고 예언했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솥바위를 중심으로 북쪽 의령군 정곡면에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남쪽 진주 지수면에선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동남쪽 함안 군북면에서는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태어났다.
의령은 이 솥바위의 전설을 따라 전국 유일의 축제를 연다. ‘리치리치페스티벌’이다. 의령은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의령읍 서동생활공원과 남강 솥바위 등에서 리치리치페스티벌을 연다. 올해 축제는 ‘의령에서 부자 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의령에서 누구나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는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부자가 되는 법칙을 배울 수 있는 ‘리치 주제관’이 새로 생겼다. 이곳에서 부자만의 교육과 경험을 공유하며, 부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5명의 ‘리치 톡톡’ 강연회도 열린다.
지난해 축제에서 호평받은 남강 솥바위(부자바위) 만지기와 뱃길 투어 등도 계속된다. 또 올해 처음 솥바위 부근에 소원을 적은 타임캡슐을 보관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참여한 관람객이 타임캡슐에 적은 소원을 1년이 지나 이루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경제적 부를 넘어 행복하고,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진짜 부자’가 되는 방법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리치리치 페스티벌’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의령에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밤 수놓을 진주 남강유등축제
역사·문화의 도시 진주에서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오는 5일부터 20일까지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열린다. 유등(流燈)은 물 위에 띄우는 등불을 말한다.
1592년 10월 진주 목사였던 김시민 장군이 진주성을 침략한 2만명의 왜군을 무찌른 ‘진주대첩’ 때 남강에 등을 띄운 데서 유래했다. 7만여개의 등(燈)이 진주성과 남강을 배경으로 불을 밝히는 장관이 펼쳐지는 대한민국 대표 야간 축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대상을 받은 데 이어 세계축제협회로부터 ‘2024년 아시아 야간형 축제(Asia Night Festival of 2024)’로 선정됐다. 작년 축제에 126만명이 찾았다.
올해는 ‘역사의 강 평화를 담다’를 주제로 펼쳐진다. 축제의 글로벌화를 위해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BTS) 등을 등(燈)으로 표현한 K컬처 유등을 선보이는 등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또 계획 수립 후 17년만에 준공된 진주대첩역사공원까지 축제 공간을 확대했다.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로 진주대첩을 재현한 유등이 설치된다. 남강에 띄운 유등과 함께 가을 밤하늘을 수놓을 드론쇼가 4차례 열리고,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유등축제 기간 개천예술제와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도 함께 열린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진주를 대표하는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 문화행사가 가을 밤을 화려하게 수놓을 것”이라며 “방문객들이 만족하고 안전한 힐링의 장이 되도록 축제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성은 1억년 전 공룡 놀이터
‘공룡의 고장’ 고성에서는 ‘2024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2일 개막한다. 내달 3일까지 33일간 당항포관광지에서 ‘공룡과 나’라는 주제로 열린다. ‘공룡과 나’라는 주제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공룡과의 대화, 공룡 라이브쇼, 퍼레이드, 서커스 공연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주제관에 설치된 AI로봇 공룡은 방문객과 대화를 통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짜릿한 대면 경험을 선사한다. 공룡 퍼레이드도 화려하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30인의 전문 연기자와 새롭게 디자인한 퍼레이드 카트가 관람객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서커스 공연단도 스릴 넘치는 무대를 펼친다.
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지난 2007년 국내 첫 자연사 엑스포로 시작했다. 고성은 1억년 전 부드러운 뻘과 모래가 쌓인 얕은 호숫가였는데, 세월이 흘러 당시 공룡이 쿵쾅거리며 지나간 그대로 화석이 남았다. 공룡 발자국 수로만 따지면 고성은 세계에서 1, 2등을 다투는 공룡의 고장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다”며 “33일간의 특별한 여정을 함께 해달라”고 했다.
◇BTS RM 뮤비 그곳 합천 황매산
해발 1113m 합천 황매산에서는 은빛 억새 장관이 펼쳐진다. 합천군은 오는 5일부터 13일까지 황매산군립공원 일원에서 ‘제3회 황매산 억새 축제’를 연다.
인기가수의 공연은 물론 버블 아티스트, 천극 변검, 퓨전 국악, 팝페라, 마술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자생식물종 유래 등 숲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면서 황매산을 투어 하는 해설 안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잔디광장에는 그늘막, 빈백, 테이블 등을 갖춘 피크닉존을 갖췄고, 목재 게임 등을 체험하는 플레이존도 마련해 즐길 거리를 더한다.
합천군 황매산 억새 군락지는 1984년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에 따라 조성된 대규모 목장에서 시작됐다. 낙농업 농가들이 떠난 후 철쭉과 억새가 자랐다. 이후 범에는 진분홍빛 산철쭉이 산을 뒤덮고, 가을엔 60ha 규모의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 드라마 ‘연인’(MBC)에서 두 주인공의 애틋한 작별을 담은 아름다운 고갯길의 배경이 된 것이 황매산 정상부의 억새평원이다. 억새와 홀로 선 나무가 인상적인 ‘별빛언덕’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솔로곡의 주요 장면으로 나와 유명해졌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은빛 물결이 펼쳐지는 억새밭에서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가을의 따뜻한 정취를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