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한 마을에서 삼성 이병철 창업주와 LG 구인회, GS 허만정,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한꺼번에 나왔어요.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죠.”
아이만 타라비시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이 이렇게 말하자 세계 24국에서 온 기업인, 전문가, 대학생 등 150여 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30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제2회 진주 K-기업가 정신 국제 포럼’이 열렸다. 진주시와 진주 K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하는 학술대회다. 올해 주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가 정신’으로 국내외에서 450여 명이 참석했다.
진주가 ‘기업가 정신’으로 주목받는 것은 삼성·LG·GS·효성 등 창업주와의 인연 때문이다.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오래전부터 허씨와 구씨 일가가 살았다. 1921년 마을에 지수보통학교(옛 지수초)가 설립됐고 진주뿐만 아니라 인근 함안과 의령 등에서 인재가 모였다. LG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과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이곳에서 함께 공부했다. 지수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진 ‘부자 소나무’도 있다. 효성 조홍제 창업주도 이곳에서 이들과 어울렸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초 당시 100대 기업 회장 중 30명이 지수초와 인근 승산마을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진주는 ‘재계의 산실(産室)’로 불렸다. 이들이 일군 기업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로 성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 기업들의 철학과 정신을 주목했다. 타라비시 회장은 “진주 지역 문화에는 조선시대 유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이 잘 녹아 있다”며 “이 기업들의 철학과 정신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조식 선생은 ‘실천 유학’의 대가다. 진주를 중심으로 후학을 양성했다. 경의사상은 수양을 통해 마음을 바르게 하고 배운 바를 실천하는 것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타라비시 회장은 이 기업들이 경의사상을 뿌리에 두고, 도전 정신, 개척 정신을 발휘했다고 봤다.
오준 공동조직위원장은 “절제, 배려 등 가치를 강조하는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조연설을 한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미래 지향적인 기업가 정신은 투명성, 사회적 책임, 친환경적 실천 등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진주 국제 포럼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대표 경제 포럼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