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을 기증받았다. 내달 박물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기증받은 사전을 대중에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7일 경상국립대 박물관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 옥종면 출신의 고(故) 정찬화 선생이 소장해 온 조선어사전을 지난달 말 기증받았다.
조선어사전은 1938년 청람 문세영 선생(1895~1952년)이 편찬해 발간한 사전이다.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표기된 최초의 국어사전으로, 당시 표준어 보급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6년 조선어학회가 선정한 일제강점기 우리말 관련 3대 저술 중 하나로, 해방 이전 유일한 우리말 사전이다. 이번에 경상국립대가 기증받은 조선어사전은 1938년 12월 재판본 2000권 중 한 권으로 추정된다.
사전은 지은이 말씀 3쪽, 일러두기 5쪽, ㄱ~ㅎ 2634쪽, 음 찾기 26쪽, 이두 찾기 21쪽 등 모두 2689쪽으로 구성돼 있다. 크기는 가로 15.5㎝·세로 22.7㎝·두께 6.4㎝다. 초판 기준 8만여 개, 개·수정 증보판 기준 9만여 개라는 방대한 규모의 어휘를 담고 있다. 표준어뿐만 아니라, 옛말·이두·학술어·속담·관용구 등 다양한 우리말을 수록했다.
특히 이 사전 안에서 ‘독’은 ‘돌’의 사투리라고 명시돼 있고, ‘석(石)’이라는 한자어까지 함께 적고 있는데, 대한제국 칙령에 나오는 ‘석도’가 ‘독도’임을 뒷받침하는 근거자료가 된다. 또 1957년 한글학회의 ‘큰사전’ 완간 이전까지 대표적인 사전으로 활용됐으며, 현재 국립국어원의 ‘근현대 국어사전 서비스’에 쓰이는 자료다.
이 사전을 편찬·발간한 문세영 선생은 ‘지은이 말씀’에서 “우리는 수많은 말이 있다. 배우기와 쓰기 쉽고 아름다운 글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말을 하는 데 앞잡이가 되고 글을 닦는 데 가장 요긴한 곳집이 되는 사전(辭典)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어 “간절한 지은이는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을 하소연할 곳이 없으므로 평일에 모아 두었던 어휘로 밑천을 삼고 그 위에 널리 고금을 통해 많은 문헌에서 조선말과 인연이 있는 어휘를 두루 뽑아 한 체계를 세워 이 ‘조선어사전’을 만들기로 스스로 맹세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증자 대표 정연웅씨는 “조부에게서 물려받아 선친이 소장해 왔던 이 자료가 우리 지역 박물관에서 잘 보존되고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는 내달 열리는 ‘박물관 개관 40주년 기념전시’에 맞춰 이 조선어사전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재훈 경상국립대 박물관장은 “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이러한 자료를 기증받아 뜻깊다”며 “기증자의 뜻을 잘 받들어 박물관 개관 40주년 기념전시 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