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고. /조선일보DB

농막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살해하고 사진까지 찍은 5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했지만, 재판부와 배심원 모두 사회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오태환)는 25일 살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8시쯤 경기 파주시 적성면 한 농막에서 60대 남성 B씨의 머리를 술병과 철제 공구 등으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과거 직장 동료로 한동안 만나지 않다가 다시 연락을 이어온 뒤 사건 발생 당일 농막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A씨의 범행은 지인들이 떠나고, 둘만 남았을 때 이뤄졌다. A씨는 범행 직후 휴대전화로 B씨가 쓰러져 있는 모습 등 사건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러고는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했다.

A씨는 범행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 파주시 문산읍 주택가에서 검거됐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을 빨래하고 외출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 측은 “A씨는 만취 상태여서 아무런 기억을 못 할 뿐더러 불리한 자료인 범행 당시 사진과 영상도 경찰에 제출했다”면서 “A씨에게 다중인격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기 때문에 살인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피고인이 범행 후 가족과 통화하면서 범행한 것을 말한 것을 보면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국과수 부검 결과 등을 보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B씨 유족들도 “쓰러진 사람을 대상으로 사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면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112에 신고하는 게 맞다”고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 9명은 A씨에 대해 유죄로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1명은 무기징역, 4명은 징역 25년, 4명은 징역 20년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행 경위나 방법,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봤다. 피고인을 장기간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