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진료기록부를 이용해 수억원의 실손보험금을 타낸 정형외과 병원장과 환자 등 30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병원장인 40대 남성 A씨와 환자 321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에게는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A씨와 범행에 가담한 환자들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 사이 국내 보험사 21곳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약 7억원의 실손 보험금을 챙겨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유명 운동선수가 치료 받는 방법이라며 환자들에게 비싼 고주파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고 보험금 청구를 위해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시술을 한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손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 제출 서류가 간소화돼 있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1일 보험금 한도에 맞춰 진료일을 나눠 청구할 수 있도록 허위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 명세서 등을 발급하는 ‘진료일 쪼개기’ 수법을 썼다.
경찰은 A씨가 의료 상담을 빌미로 의료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환자들에게 ‘본인 부담을 최소화하고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설명하며 소위 ‘의료쇼핑’을 하도록 공모한 것으로 파악했다. A씨의 병원은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발각되지 않도록 진료일 쪼개기 환자들의 명부는 별도의 엑셀 파일로 작성·관리했다. 또 병원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은어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처방을 지시하거나 신입 직원도 쉽게 진료일 쪼개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명서 형식의 관리자 인수인계서를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측은 A씨의 방송 출연과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홍보해 왔는데 A씨가 유명 기업 회장의 주치의를 역임했다고 소개하거나 최고급 사양의 의료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홍보 게시물을 올려 환자들의 신뢰를 샀다. 아울러 경찰은 이 병원에서 피부미용 시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부원장 B씨와 실손보험 사기 혐의가 의심되는 환자 43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의 아내인 B씨는 의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들의 보험사기 가담에 대해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넘어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시스템의 불신 심화,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