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9명이 숨졌다. 참사 2주기인 29일, 유족들은 본지 인터뷰에서 “가족이 사무치게 그립다”며 “2년 전 오늘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랑한다’며 안아주겠다”고 했다.
고(故) 임종원(당시 35세)씨 아버지 임익철(68)씨는 “이태원 골목에는 웬만하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아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참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아들 임씨는 든든한 장남이자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아버지 임씨는 “몸을 고달프게 만들면 잠을 그나마 좀 잘 수 있으니 북한산 둘레길 10㎞ 넘는 거리를 매일 하염없이 걸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충격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아버지 임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봉안당을 찾는다. “봉안당은 음식 반입이 되지 않다 보니 생전에 아들이 좋아하던 빈대떡 모형을 들고 가는 게 지금 내가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전부”라고 했다.
고 이지한(당시 24세)씨 아버지 이종철(56)씨는 이날 이른 아침 한강 공원을 찾았다. “생전에 아들과 자주 왔던 곳”이라며 “답답한 마음에 혼자 한강에서 아들을 애도했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는 지난 2017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뒤 배우로 활동해 왔다. 아버지 이씨는 “아들 또래들이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고통스럽다”며 “일상으로 복귀해보려 노력해봤지만 어딜 봐도 아들이 생각나 쉽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이씨를 버티게 하는 건 주변의 관심이었다. 이씨는 “한 외국인이 ‘지한이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유족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응원한다’는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를 보내줘 울컥했다”며 “가끔씩 연락해 안부를 묻고 희생자들을 계속 기억해주는 것이야말로 유족들에겐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고 유연주(당시 21세)씨 아버지 유형우(54)씨는 “대학생이던 딸의 오랜 꿈은 경찰이었다”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던 딸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핼러윈 참사 원인 등과 관련해 아직 뚜렷하게 해결된 게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며 “우리 사회가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청년들에게 이런 비극이 다시 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지난 2년간 딸이 너무 보고 싶어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이태원에 놀러가서 변을 당한 걸 왜 정부 탓을 하느냐’는 말들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에, 다시는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 모든 분야에서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2주기 공식 추모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희생자 유가족 120여 명, 여야(與野) 의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장 벽면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 159명의 별을 잊지 않겠습니다” 문구와 함께 희생자들 사진이 걸렸다.
희생자 영정 앞에 선 참사 생존자 이주현(29)씨는 “함께 있었으나 같이 돌아오지 못했던, 제 뒤에 있는 분들께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참사 당시 인파에 다리가 깔려 다쳤던 이씨는 현재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후유증이 남았다고 한다. 그는 “안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계속해서 중요하게 고민해 왔던 가치”라며 “생명에 대한 위협 없이, 상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이태원, 서울, 한국, 그리고 제 삶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보라색 목도리를 두른 참석자들은 분향과 헌화에 이어 묵념으로 고인들 명복을 빌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참사 현장인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 수백 송이와 술, 과일 등이 있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선 2022년 10월 29일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됐던 시각인 오후 6시 34분에 맞춰 문화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유가족 25명을 인터뷰한 책을 함께 읽으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일부 유족은 이후 녹사평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를 함께 읽으며 고인들 명복을 빌었다. 일부 시민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대구 동성로에도 오후 6시 34분까지 분향소가 운영됐다. 수원역 문화광장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등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