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솔샤르. /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지낸 노르웨이 축구 전설 올레 군나르 솔샤르(51)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화상 면접까지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위르겐 클린스만(50·독일) 감독 선임 때 일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축구협회 감사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문체부 감사 보고서를 보면 2023년 1월~2월에 거쳐 마이클 뮐러 당시 전력강화위원장은 감독 후보자를 5명으로 압축하고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다. 이때 후보에 포함된 이들은 미첼 올림피아코스(그리스) 감독, 솔샤르 전 맨유 감독, 클린스만 감독, 제스 토룹 아우구스부르크(독일) 감독, 펠릭스 산체스 알사드(카타르) 감독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면접 후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1순위 클린스만-2순위 솔샤르-3순위 토룹-4순위 미첼-5순위 산체스였다. 정몽규 회장은 최종 1·2순위 후보자인 클린스만, 솔샤르와 2차 온라인 면접을 했다. 이후 축구협회는 클린스만과 대표팀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클린스만·솔샤르와 면접을 한 것이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단하고 관련자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정 회장에게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한 배경에 이 사안이 포함됐다.

반면 축구협회는 “정 회장이 후보자를 최종 평가하기 위한 면접을 한 것이 아니고, 회장 직무 범위 내에서 대표팀 지원 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한다.

감사 보고서에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도 자세하게 담겼다. 단계별로 어떤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면접이 진행됐는지 기록됐다. 정해성 위원장이 이끌던 전력강화위원회는 올해 2월~4월 1차~5차 회의를 진행하면서 감독 후보자를 11명으로 압축했다.

국내 후보자로 홍명보 감독과 황선홍 현 대전 감독, 김학범 제주 감독, 이정효 광주 감독이 포함됐다. 외국인 후보자로는 기존에 알려진 에르베 르나르 현 사우디아라비아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 외에도 클린스만 이전에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파울루 벤투 아랍에미리트(UAE) 감독도 있었다. 바스코 세아브라 아로카(포르투갈) 감독, 후이 비토리아 파나티나이코스(그리스) 감독, FC서울 감독을 지낸 세놀 귀네슈 트라브존스포르(튀르키예) 감독도 후보였다.

정해성 위원장은 이중 5명과 4월 온라인 면접을 했다. 카사스, 마시, 르나르, 세아브라, 귀네슈였다. 이어 영국·포르투갈·튀르키예·카타르에서 르나르를 제외한 4명과 대면 면접을 벌였다. 르나르는 당시 세네갈 출정 일정으로 만나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 정 위원장은 정몽규 회장에게 최종 후보로 마시와 카사스를 보고했고, 6차 전강위 회의에서도 ‘1순위 마시-2순위 카사스’로 우선 순위를 정했다. 세아브라를 3순위, 귀네슈를 4순위로 정하긴 했으나 1·2순위까지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새로 대안을 찾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마시·카사스와 계약 조건을 협상했으나 둘 다 결렬됐다. 국회 현안질의·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대로 마시는 국내 거주 및 세금 문제로 감독직을 포기했고, 카사스는 이라크 축구협회와 계약이 남아 있어 협상이 어려웠다.

이후 5월~6월에 열린 7차~10차 전강위 회의에선 감독 후보자를 원점에서 재논의했다. 전강위는 먼저 17명 후보군을 새로 정했다. 이중 국내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6월 월드컵 예선을 이끌었던 김도훈 임시 감독. 외국인엔 기존 후보 중 카사스가 남았고, 클린스만 선임 때 후보였던 펠릭스 산체스와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감독,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이 포함됐다.

현재 맨유 부임을 앞두고 있는 루벤 아모림 스포르팅(포르투갈)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잉글랜드) 감독과 레스터시티의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그레이엄 아놀드 전 호주 감독도 이름을 올렸다.

그 외 마르크 빌모츠 전 이란 감독, 호세 모라이스 전 전북 감독. 프랑크 더부르 전 네덜란드 감독, 다니 블린트 전 네덜란드 감독,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전 예멘 감독, 마르쿠스 기스돌 전 삼순스포르(튀르키예) 감독, 우르스 피셔 전 우니온 베를린(독일) 감독, 졸트 뢰브 전 바이에른 뮌헨(독일) 수석코치도 있었다.

이중 전강위가 실제 면접을 진행할 후보로 선정한 이들은 홍명보 감독과 바그너, 포옛, 카사스였다. 홍명보와 바그너가 공동 1순위, 포옛과 카사스가 공동 2순위였다. 전강위 워원들은 후보자들을 면접하고 최종 추천할 권한을 정해성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정 위원장은 6월 25일 바그너·포옛과 온라인 면접을 한 후 이틀 뒤 정몽규 회장에게 ‘1순위 홍명보-2순위 바그너-3순위 포옛’으로 정한 결과를 보고했다. 정 회장은 “2·3순위도 다 만나보라”고 했고 정해성 위원장은 그 다음날 축구협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 이후 열린 전강위 회의에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후보자 3명과 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임생 이사는 7월 3~4일 스페인과 독일에서 포옛과 바그너를 만나고 돌아왔고, 7월 5일 홍명보 감독 자택 앞에서 대면 면접을 했다. 홍 감독은 다음 날 감독직 수락 의사를 밝혔고, 축구협회는 이사회 서면 결의를 거쳐 7월 13일 홍 감독을 정식 선임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문체부는 이임생 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한 걸 문제 삼았다. 그는 감독 추천 권한이 있는 전강위 구성원이 아니라 권한이 없는데도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는 것. 전강위에선 그가 면접을 진행하는 것에만 동의했을 뿐, 그 이후 절차는 다시 소통하기로 했는데 이임생 이사가 정당한 위임 없이 최종 결정을 한 후 전강위원들에게 사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홍 감독을 면접한 것도 타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정해성 위원장이 추천한 후보들과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절차 위반이 아니며, 이임생 이사가 홍 감독 자택 근처에서 기다린 건 외국인 후보를 만나기 위해 해외로 출장 가는 것과 비교하면 특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