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경계 근무 중인 경찰./뉴시스

야권에선 “‘롱패딩’을 입고 겨울 내내 반윤(反尹) 집회를 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개월 동안 각종 집회에 시달린 경찰들도 ‘롱패딩’ 등 방한 장비를 갖추고 집회 장기화에 대비 중이다.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원 A경사는 최근 두 달째 주말마다 집회에 투입되고 있다. 그는 “집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다 보니 11월 초인데 벌써 핫팩, 귀마개 등 각종 방한용품을 샀다”고 했다. 그는 “휴일 근무를 밥 먹듯 하다 보니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피로는 쌓여만 가는데, 연말까지 계속 집회가 이어진다고 하니 대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올 들어 서울 도심에서 주말·휴일마다 대규모 집회가 반복되면서 경찰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무경찰(의경) 제도 폐지 이후 기동대 인력은 3분의 1 가까이로 줄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3만명이었던 경찰 기동대원 수는 현재 1만200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경찰청 기동대원도 같은 기간 7800명에서 4000여 명으로 줄었다. 그 결과, 서울경찰청 기동대 부대는 97개에서 60개가 됐다. 지난해 서울에 있는 부대 한 곳은 평균 186건 집회에 동원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집회에 투입된 것이다. 서울청 기동본부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서울에서 매년 1개 부대가 200여 건의 집회 시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동대는 집회 시위와 인파 관리 외에도 교통 지도 단속, 생활 안전 활동, 범죄 단속, 경호 경비 등도 맡는다. 한 기동대 관계자는 “집회 인파 관리도 버거운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경찰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한 정보관은 “맞불 집회가 열리는 주말이면 양측 시위대 간 충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찰 병력이 총동원되더라도 인력이 역부족해 아찔한 순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폭력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현장에 나갈 때도 적지 않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9일 토요일 집회의 경우 서울 병력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전국 시도청 기동대원들이 상경한다”며 “대규모 집회에 안전하게 대응하려면 현재 수준보다 인력이 더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