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물린 과태료 중 실제 내는 비율은 절반을 겨우 넘는 53.6%(지난해)다. 누적 미수납액은 지난달 10일 기준 1조 2306억 3200만원이다. 경찰청이 부과하는 과태료는 속도나 신호, 주·정차 등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것이 가장 많다.
경찰청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태료 미납액 상위 100명의 미납 총액만 314억 9321만원에 이른다. 전국에서 과태료 미납 액수가 가장 큰 사람은 임모씨다. 그는 속도위반만 1만9651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은 1236번이다. 체납 액수는 총 16억1484만8900원이다.
임씨에 이어 과태료 미납 액수가 큰 사람은 김모씨다. 속도위반이 1만2037번으로 가장 많다. 그의 과태료 미납 액수는 10억9667만3960원이다.
과태료는 벌금이나 과료(科料)와 달리 형벌이 아니다. 고액·상습 체납을 해도 강제 구인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전과도 남지 않는다. 단속 카메라에 찍힌들 운전자를 확인할 수 없으니 벌점도 부과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운전자를 확인해 부과하는 범칙금은 미납하면 면허를 정지당하기에 납부율이 90%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과태료를 체납하면 첫 달은 3%, 이후 매달 가산금 1.2%가 최장 60개월까지 부과된다. 가산금 상한선은 과태료의 75% 수준이다.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 주차 위반으로 과태료 4만원이 부과됐다면 2년 동안 내지 않고 버틴다 해도 가산금은 1만2720원에 불과하다.
현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을 보면 1000만원 이상 고액, 3회 이상 1년 경과 상습 체납자는 유치장 등에 감치(監置)할 수 있다. 일선 범죄 수사에 바쁜 경찰이 검찰청에 과태료 체납자 감치까지 신청할 여력도 거의 없다고 한다. 결국 국세징수법에 따라 차량 등 재산을 압류하는 방안을 써야 한다. 차량 압류의 경우 2021년 191만226건, 2022년 217만3528건, 2023년 238만4164건이다. 누적 과태료 30만원 이상, 미납일 60일 이상이면 자동차 번호판을 압수하는 ‘영치’ 제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수만 명인 과태료 체납자를 찾아가 번호판을 압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변호판 영치는 2021년 47만6943건, 2022년 46만7375건, 2023년 46만2651건이다.
경찰은 “경찰의 단속, 행정처분 및 과태료 강제 징수 시 민원인들의 항의성 민원이 빈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공익 신고 및 무인단속카메라 등을 통해 부과된 과태료에 대한 항의 등 일반 행정업무에 비해 처리가 어려운 감정적 민원이 대부분이라 과태료 징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