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지난 7월 25일 서울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 수백 명이 해결책을 요구하며 몰려온 모습. /조선일보 DB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해피머니 측이 최근 수년간 금융감독원에 조작된 자료를 제출해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고의로 회피(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한 정황을 확인, 최근 금감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경찰은 해피머니 대표 등 관계자들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이커머스 업체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금액 1조3000억원 중 상품권은 3228억원이다. 디지털·가전(3708억원)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피머니는 1077억원으로 상품권 업체 중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해피머니 상품권 5만원권을 4만6250원(최대 할인)에 판매하면서 사실상 ‘깡’ 시장 역할을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그동안 해피머니가 금감원에 조작된 자료를 제출했던 이유는 부채 관리 등 금융 당국 규제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전자화폐의 발행 및 관리업무를 행하고자 하는 자는 금감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 고시 ‘전자금융감독규정’에 근거해 부채 비율을 관리하는 등 재무건전성 기준을 맞춰야 해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그런데 해피머니는 이런 기준에 맞추기 힘들다고 보고 최근 수년간 자료를 허위로 내는 등 꼼수를 쓴 정황을 경찰은 확인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고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선불 충전금 발행잔액 30억원 이하’다. 해피머니는 매년 발행잔액이 100억원 안팎이었지만 이를 축소시켜 30억 원 이하라고 금감원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피머니는 최근 10년 동안 발행 잔액을 고의로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피머니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상품권을 계속 발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꼼수를 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피머니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는 2960억원으로 자산총계(2406억원)를 웃돌았다.

덕분에 해피머니는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를 피할수 있었고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다른 상품권과 비교해 해피머니 상품권은 지급보증보험도 없다. 해피머니아이엔씨(해피머니 발행사)는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미등록업체로, 지급보증보험도 없이 25년간 해피머니를 발행해왔다.

금감원의 허술한 관리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경찰 조사 후에서야 해피머니의 회계 조작 혐의를 인지했다고 한다.

앞서 금감원은 2021년 일명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실태 조사 과정에서 전자금융업자 등으로 등록하지 않고 전자금융업을 영위했을 가능성이 있는 58곳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에 해피머니도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두 차례 해피머니 등 상품권 업체에 대해 조사했다고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 차례 조사에선 해피머니가 관련 자료 등을 제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조작 혐의를 파악하기 사실상 힘들었다”고 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이번 위메프 사건과 꼭 닮아있다. 머지포인트는 평균 시세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모바일 상품권 등을 팔다가 1000억원대 환불 대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