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내년도 경찰 예산을 심사해 경찰 특수활동비 31억6700만원, 경찰국 예산 1억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방송조명차·안전 펜스 등 집회 관리 관련 예산도 26억4000만원 감액 삭감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적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행안위는 20일 전체 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경찰청 소관 예산 중 경찰청 특수활동비와 경찰국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서 행안위에서 의결한 예산안이 최종 확정안은 아니다. 하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이 상임위 단계에서 밀어붙이는 만큼 경찰 예산 삭감 흐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국회 행안위는 이날 예산 심사에서 정부가 편성한 경찰청 예산을 일부 삭감했다. 경찰 특수활동비 31억6700만원, 경찰국 예산 1억7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 중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쓰는 경비다. 경찰 관계자는 “특활비는 현장에서 마약 거래 위장수사와 같은 기밀 수사에 활용되는 비용”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도 증액 요구했던 비용”이라고 했다.
기동대 운영 및 관리 예산은 35억1400만원이 삭감됐다. 경찰청은 안전 방패 구매 예산을 3배 늘리려고 했으나 올해와 동일하게 5억200만원만 편성됐다. 민주당은 “안전방패를 3배 더 늘려야 할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8억7400만원을 감액했다. 방송조명차·안전펜스 구매 예산은 26억4000만원이 감액됐다.
민주당이 내세운 이유는 경찰의 수사가 편향적이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이날 “경찰 수사의 편향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겠지만, 대통령 골프를 취재하던 기자에 대해서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 강탈했는데, 경찰이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지난 민주노총과 야당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했던 9일 경찰의 ‘강경 진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조지호 경찰청장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경찰이 불법 폭력을 막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경찰국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선 “경찰국이 탄생할 때 부터 정당성이 없는 조직이라 본다”고 했다. 경찰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행정안전부에 생긴 조직이다.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경찰을 통제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민주당은 왜 불법 집회 과정에 대해서 얘기 안하는가”라며 “부상 발생하는 걸 모두다 ‘경찰청장 사과해라’, ‘사과해야 예산주겠다’라고 하는 건 국회의원으로서 해야하는 행태인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 민노총 주최 시위에서는 도로를 불법 점유하려던 시위대를 막느라 경찰 105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은 회의 말미에 “지난 민노총 집회에서 많은 사람이 부상입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 사건 수사를 해온 검찰과 전 정권 감사로 마찰을 빚은 감사원의 특활비·특경비 예산 586억원과 6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법무부 예산도 500억원이나 깎였다. 반면 이 대표 비리 사건 판결을 앞두고 법원 예산은 246억원 증액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