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지난 6월 부산 해군 기지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미 항공모함과 우리 군사시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에게 경찰이 형법상 이적(利敵·적을 이롭게 함)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경찰은 당초 이들을 군사기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해왔다. 그런데 이들이 최소 2년간 우리 군사시설을 수백 차례 촬영한 사실이 나타나고, 중국 공안과의 연관성까지 드러나자 이들이 중국의 간첩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이적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향후 조사에서 이들이 중국 공안 등의 지시를 받고 한미 군사 시설·장비를 촬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현행 간첩법으로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 간첩법(형법 98조)은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 판례상 적국은 ‘북한’뿐이다. 현행법대로라면 북한을 뺀 어느 나라에 국가 기밀을 넘겨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간첩죄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다. 현재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상황이지만, 개정 이후에라도 이번 사건에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형법 99조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군사기지 보호법의 처벌은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경찰 내부에선 이번 사건이 중국 정부의 ‘안보 위협 공작’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적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지난 6월 25일 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5분여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기심에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서 500장 넘는 군사시설 사진이 발견됐다. 이들의 휴대전화엔 중국 공안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도 저장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