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인력들을 중국 업체 ‘청두가오전’(CHJS)에 대거 스카우트하는 수법으로, 4조3000억원 가치를 지닌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린 브로커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그런데 경찰은 반도체 기술 복제에 관여한 연구원들에 대해선 산업기술보호법 혐의를 적용했지만, 브로커 일당에게는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산업기술보호법의 적용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노리고 인력 유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64)씨를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청두가오전 설립 단계에 고문으로 참여한 A씨는 국내에 헤드헌팅 업체를 차리고 삼성전자 핵심 인력들에게 기존 연봉의 최소 2∼3배를 보장한다고 유혹했다. A씨가 노린 건 삼성전자의 독자 기술인 20나노급(18나노·20나노) D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온도, 압력 등 700여 단계 공정에 관한 핵심 정보였다. A씨 제안을 수락한 이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지식·기술로 중국 현지에 D램 제조 공장을 만들고, 공장 준공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 웨이퍼 생산에 성공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같은 방식으로 청두가오전에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을 빼돌린 헤드헌팅 업체 대표 2명과 헤드헌팅 법인 1개도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청두가오전 대표인 삼성전자 상무 출신 최모(66)씨 등에 대해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9월 구속 송치했다. 반면 경찰은 A씨 등 브로커들에 대해선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직업안정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등록이 있어야 국외 유료 직업소개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가볍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함께 15억원 이하의 벌금), 산업기술 유출(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처벌 수위가 크게 낮다. 기술 유출 브로커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