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로 서울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되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는 주로 야권 성향 단체 및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광화문 인근에선 여권 성향 단체 및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부결을 주장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는 서강대교∼의원회관 교차로 양방향, 국회대로, 의사당대로, 여의공원로 전 차로가 통제되고 있다. 오후 4시 기준 주죄 측 추산 20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0만명이 몰렸다. 야권 성향 단체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탄핵 촉구 집회 준비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시작됐다. 국회의사당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주 무대를 비롯해 음향 장치와 조명 설비가 설치됐다. 집회 현장에는 핫팩과 마스크, 간식과 음료 등을 제공하는 부스가 설치됐고, 초록색이나 노란색 조끼를 입은 집회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내란범 윤석열 체포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과 전단지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윤석열 탄핵’이라 적힌 응원봉, 털모자와 목도리를 파는 상인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일찌감치 집회 현장을 찾았다. 인천 부평구 거주 김소정(41)씨는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무대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핫팩으로 손을 녹이고 있었다. 김씨는 “탄핵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전날 광주광역시에서 상경했다는 최승현(63)씨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온 가족이 모였다”고 했다. ‘민주주의 수호하라’ ‘내란죄로 처벌하라’ 등 손피켓을 든 시민도 적지 않았다. 양초를 준비해 오거나 응원봉을 챙겨온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상희(55)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아이돌 응원봉을 딸을 통해 구입해 나왔다”며 “탄핵의 염원을 담아 직접 ‘윤석열 탄핵’이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했다.
국회 인근의 한 카페에는 “기부자의 요청으로 무료 커피·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카페 주인 김모(34)씨는 “어떤 분이 전날 밤 전화를 걸어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어떻게든 기여하고 싶다’며 음료 200잔과 빵 200개를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선결제’했다”고 했다. 국회 근처 카페들은 ‘선결제’ 상품을 수령하려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아메리카노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 트럭도 있었다. 이날 가수 아이유와 소녀시대 유리 등은 집회에 참가하는 팬들을 위해 빵과 김밥 등을 여의도 인근 가게에 선결제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선결제가 이뤄진 카페 위치와 실시간 제품 재고를 알려주는 사이트(‘시위도 밥 먹고’)도 출현했다.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주말 영업하는 식당,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 등을 표시해 둔 지도 사이트도 등장했다.
반면 여의도 금산빌딩 인근에서는 200여명 규모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남 통영에서 새벽 5시에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는 이주이(44)씨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도저히 못 보겠어서 배 안에 있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돼 국회 앞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차강석(34)씨는 “이미 보수는 박근혜 탄핵 이후 무력하게 무너져 문재인에게 정권을 내준 적이 있다”며 “이대로 정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위헌적 탄핵 반대!’ ‘한동훈은 제2의 김무성!’ 등 손팻말을 들고 “범죄자 이재명을 구속하라” “잡범 이재명을 구속하라” “이재명 깜방” “탄핵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자 일부 시민들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펜스 안에 있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게 달려들어 팻말을 휘두르는 일부 시민들도 있었다. 한 시민이 주먹만한 크기의 돌을 던지자 경찰이 즉각 제지하기도 했다.
광화문 일대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세종대로 사거리∼대한문 전 차로가 통제 중이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 여권 성향 단체를 주축으로 이날 오후 12시부터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오후 4시 기준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4만명이 모였다.
부산 서구에서 왔다는 김영순(70)씨는 “오늘 집회에 오려고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비상 계엄 선포는 엄연히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이를 두고 내란죄니 수괴니 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내란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에서 50대 자녀와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는 박병근(81)씨는 “우리는 과거 군사 정권 시절 계엄을 겪어봤던 세대”라고 했다. 이어 “그때(1979년 10·26)도 북한을 추종하는 반국가세력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훼방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민주주의를 훼방하고 있다”며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윤 대통령의 뜻을 이해한다”고 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민석(26)씨는 “대통령은 탄핵되더라도 우리의 2차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헌법재판소 앞으로 찾아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일이 있어도 전과가 있는 범죄자들이 정치를 하면 안 되는데, 우리 사회는 이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