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 시한(6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친윤(親尹) 단체 1만1000명(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이 경찰과 대치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에게 ‘끝까지 싸우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경찰은 시위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 중이다. 이날 민주노총 지도부는 “윤석열 체포를 위해 한남동으로 모이자”는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전파하면서, 극심한 진영 대결로 사실상 내전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윤 대통령 관저에서 약 200m 떨어진 한남대로에서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친윤 시민단체 1만1000명이 운집해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집회를 이어갔다. 전날 집회엔 6000여명이 모였는데, 이날 집회엔 윤 대통령 메시지로 참가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자유연대 등 단체들은 새해 첫날인 전날 낮 12시부터 관저 앞 집회를 시작해 철야 대기조까지 운영하면서 관저 앞을 지켰다. 경찰은 저지선을 뚫고 관저 정문 앞까지 진입해 도로 위에 누워 농성을 벌이던 30명에 대해 5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고, 이후 이들의 팔다리를 잡고 한명씩 끌어냈다. 또 친윤 집회 참가자 2명은 반윤(反尹) 단체가 관저 인근에 설치한 농성 텐트를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이를 말리는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다. 유튜버들 수십여명도 “윤석열 체포” “이재명 구속” 등 구호를 외치며 서로 밀치고 삿대질하는 등 이날 관저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친윤, 반윤 단체 간 설전이 벌어지면서 한때 분위기가 격화되기도 했다. 퇴진비상행동, 민주노총 등 반윤 단체 1000명은 ‘반란수괴 즉시 탄핵’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윤석열 체포” 구호를 외쳤다. 친윤, 반윤 두 세력은 폭 100m쯤 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살면 좋으냐” 등 욕설과 비방을 주고받았다. 민노총은 3일부터는 1박 2일간 관저 인근에서 노숙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은 민노총 가세로 친윤, 반윤 단체 간 대치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기동대 30개 부대(2000명)을 관저 인근에 배치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압수 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변호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지난달 31일 체포 및 압수 수색영장은 형사소송법 및 헌법에 반해 집행할 수 없으므로 집행을 불허한다는 재판을 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한 것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윤 변호사는 “경찰기동대가 영장 집행에 나서려면 과거 검찰과 같이 공수처 검사에게 경찰 수사지휘권이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만일 경찰기동대가 혼잡 경비활동을 넘어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공수처와 충분한 법적 검토와 협의를 통해 집행 과정상에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3층에 마련된 영상조사실로 인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대환 수사3부장과 차정현 수사4부장이 직접 조사를 맡기로 했다. 두 부장검사는 100페이지가 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기관은 기소 전까지 총 20일간 윤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는 만큼 10일쯤 뒤 검찰에 윤 대통령 신병을 넘기고, 검찰이 마무리 조사 뒤 기소하게 된다. 반면 체포영장 유효기간인 6일까지 집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거쳐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