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경찰에 출석했다. 이에 앞서 박 처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 대행은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집행에 앞서 경호처 수뇌부부터 체포해 경호처의 저지 동력을 빼려고 했던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작전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5분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 조사실에 출석해 소환조사에 응했다. 박 처장은 그간 두 차례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앞서 1차와 2차 불응 때엔 각각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 처장은 그간 국가수사본부 조사가 비공개 소환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출석 여부와 시간을 30분 전쯤 언론에 알렸다. 그는 조사에 앞서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부기관 간 중재를 건의했다”며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도 (대통령 조사에 대한) 제3의 대안을 요청했지만 그에 맞는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당초 경찰은 박 처장이 3번째 출석 요구도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체포영장 신청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처장이 예정된 출석 시간에 등장하자 허를 찔린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박 처장이 경찰 조사에 응한 것은 윤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처장은 이날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 처장이 조사에 응하면서 긴급체포 또는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집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 처장이 경찰에 출석한 직후 낸 입장문에서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소환 목적은 경호처 지휘부를 붕괴시켜 불법적으로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것”이라며 “수사권을 남용한 꼼수 소환을 중단하라”고 했다.

박 처장 사직으로 대통령경호처는 김성훈 경호차장이 대행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김성훈 차장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돼 11일 3차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불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우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 역시 이날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대통령경호처는 관저 구역을 차벽과 철조망 같은 장애물로 겹겹이 둘러싸고 ‘공성전’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경찰은 영장 재집행시 관저에 투입될 지휘관들을 소집해 체포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경찰은 지난 3일 형사·수사관 120여 명을 공수처에 지원했는데, 이번에는 8배 이상인 1000명 이상 경찰력을 한남동 관저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에 한 차례 실패했던 공수처와 경찰은 이르면 12일 오전 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