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뉴스1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뉴스1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에 연간 사용료 3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사용료 단건으론 세계 최고 금액으로 추정된다. 구매가 아니라, 연간 사용료이기 때문에 매년 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계약이다. 돈을 받는 건, 미국 오픈AI와 소프트뱅크그룹이 만드는 합작회사 ‘SB오픈AI재팬’이다. 소뱅그룹의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회장은 “우리가 먼저 연간 30억 달러를 지불해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장기적으로 100곳의 고객을 확보하면 합작사는 연간 3000억 달러(약 44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일본 도쿄의 도쿄가이칸에서 열린 ‘AI를 이용한 법인 기업의 혁신’ 설명회에서 손 회장은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단상에 올라, 이 같은 AI의 매출 계획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오늘 아침, 샘 알트먼 CEO와 만나, 이 같은 계획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일본의 대기업 500곳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검은 양복을 입은 50~70대 대기업 직원들 1000명 이상으로 꽉채웠다. 소뱅 측은 “일본 GDP의 절반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한 손에 유리로 만들어진 수정체를 들고 등장한 손 회장은 “AI라는 비즈니스에서 처음 돈을 지불하는 곳은 기업, 그것도 큰 금액을 낼 수 있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며 “신규 서비스의 이름은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라고 말했다. 소뱅그룹과 오픈AI가 50%씩 출자한 ‘SB 오픈AI 재팬’을 만들고, 여기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라는 기업용 AI를 제공한다.

손 회장은 “고객 대기업에 딱 맞춘 AI”라며 “해당 대기업의 과거부터 현재의 모든 소스코드를 AI가 학습한 뒤, 기업이 필요한 인사, 마케팅, 콜센터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오픈AI 직원은 마케팅 부서의 활용 사례를 시연했다. 기업 홈페이지에 있는 이메일로 한 고객이 문의 메일을 보내면, AI가 알아서 답메일을 보내는 방식이다. 단순히 ‘읽고 답변’이 아니다. 보낸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며, 이후 마케팅 부서의 업무 담당자 스케쥴도 확인해 “0월0일 0시는 어떠냐”는 답변을 보내는 것이다.

손 회장은 “소뱅그룹은 라인, 야후, 페이페이 등 많은 서비스와 자회사가 있으며, 이런 AI를 가장 먼저 적용한 첫 고객이 될 것”이라며 “합작사는 시작하자마자, 연간 30억 달러의 매출이 생긴다”고 했다. 손 회장은 “대기업용 최첨단 AI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에서 시작한다”며 “초기에는 리소스의 한계가 있어, 업종별로 1개 고객만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픈AI의 이날 시연은 크리스털 인텔리전스라는 서비스의 전체적인 시연은 없었다. 이메일 답변 시연도 전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엔 부족했다. 연간 30억달러를 내는 상품을 대기업이 선뜻 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