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씨를 폭행, 협박한 혐의로 2심에서 법정구속된 최종범씨/뉴시스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에게 대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도 앞서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됐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상해·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최씨는 2018년 9월 구씨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그해 8월 구씨의 몸을 촬영하고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 무릎을 꿇어 사과하라고 구씨에게 강요한 혐의도 적용됐다.

◇폭행·협박은 유죄, 불법촬영은 ‘묵시적 동의’ 따라 무죄

앞서 1심 재판부는 최씨의 협박·강요 등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최씨가 구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묵시적 동의를 얻어 촬영했다”는 최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촬영) 다음날 구씨가 최씨의 휴대폰에서 사진 6장을 확인했음에도 삭제하지 않았고, 삭제요청을 하지 않은 사실, 구씨도 이 사건 전후에 최씨의 나체사진 등을 촬영한 적 있으며, 이 사건 얼마 후 최씨와 성관계 장면을 스스로 촬영한 적이 있고, 촬영 후 성관계 동영상은 삭제했으면서도 6장 사진은 삭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최씨가 구씨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구씨의 의사에 반해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족 측과 여론은 “가해자 중심 사고”라며 당시 1심 판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7월 열린 항소심 재판부도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촬영한 영상을 유포한다고 협박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구씨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촬영 ‘묵시적 동의’ 인정

대법원도 최씨의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와 구씨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설정해 자유롭게 서로 휴대폰을 검색하고 필요한 경우 사진 등을 삭제하기도 했는데, 구씨는 최씨와 함께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은 삭제했으면서도 이 사건 사진은 남겨둔 점, 구씨도 최씨에 대해 이 사건 사진과 유사한 정도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