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자락에 있는 101층 짜리 엘시티 전경.

2017년 부산 해운대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을 검찰이 부실수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수사팀이 “미분양이 나 위조 계약까지 하던 건물로, 특혜 분양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2017년 부산참여연대 등은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엘시티 분양권을 로비 수단으로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혜 의혹을 받는 4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혹을 수사한 부산지검은 43명 가운데 시행사 측과 관련이 있는 2명만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2017년 이 검찰 수사 결과가 다시 주목받는 건 지난 9일 부산경찰청이 “엘시티 특혜 분양을 위한 별도 리스트가 있다는 진정서가 접수됐다”고 밝히면서다. 이 진정서에는 전직 장관·법원장·검사장,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 100여명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부산참여연대가 고발한 43명과 일부 인원이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개의 리스트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검찰이 과거 엘시티 의혹을 수사하며 100여명 리스트를 확보했지만 덮었고, 연장선상에서 결국 고발된 43명 중 41명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근이 있던 부산지검의 부실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반면 야권에선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무마하고, 부산시장 선거에 개입하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수사팀 측은 “43명 고발 건 수사 결과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엘시티 분양이 미달이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특혜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다는 취지다. 수사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분양권을 이 회장 측이 로비 수단으로 썼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오히려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엘시티가 쩔쩔매던 상황이었다”며 “결국 분양에 실패해 엘시티 분양대행사에서 127채에 대해 가짜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어 “선순위 분양자들이 있는데 이 43명을 우선순위로 해서 먼저 계약을 체결한 것이 주택법상 약정 절차 위반이라고 해서 엘시티 관계자 2명만 기소된 것”이라며 “절차를 위반한 위법 분양이지, 특혜라고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짜 계약 한 채당 계약금이 5000만원이었고, 이걸 감당하기 위해 엘시티 측은 4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특혜라고 볼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고 했다. 이어 “로비 의혹이 제기된 43명도 이영복 가족과 지인들이 상당수”라며 “마치 43명에 엄청난 정관계 인사가 있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고등법원장 출신 인사 외에 고위 인사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최근 경찰에 접수된 100여명의 엘시티 특혜 분양 리스트가 부산발전동우회 명단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언론이 국회의원, 전·현직 고위 공직자, 유명 기업인 등의 이름이 포함된 이 엘시티 진정서를 입수했다며 보도했는데, 진정서에 적힌 명단이 부산발전동우회 명단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부산발전동우회는 2008년 부산 주요 기관장과 기업인이 지역발전을 위해 만들진 것으로, 이영복 회장도 이 동우회 소속이었다.

이에 대해 부산동우회 측은 11일 “부산발전동우회는 엘시티와 전혀 관련이 없고, 2017년 3월 해체돼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모임”이라며 “과거 회원 명단과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자 명단을 동일시해 유포하는 행위는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동우회 측은 “이 회장은 2016년 동우회에 가입했지만 한 번도 동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엘시티는 2011년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2016년 가입한 이 회장을 위해 부산발전동우회가 노력을 했다는 의혹도 어불성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