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2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논란으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수 조영남씨가 비슷한 다른 사건 재판에서도 또 다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박노수)는 28일 그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A씨에게 800만원을 받고 팔았는데, 검찰은 해당 그림을 조씨가 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그림을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면서 “그림이 피고인의 친작인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과 같이 미술작품 거래에서 친작인지 대작인지 여부는 인지도·독창성·가격·희소성 등 구매자를 결정하는 제반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구매자마다 고려하는 사정이 다양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조씨는 그간 조수들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완성해왔고, 이는 미술계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조씨는 2011~2015년에도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을 해서 완성시킨 작품 21점을 17명에게 1억 5000여만원을 받아 판 사기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사기죄의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씨는 이날 판결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내가 일부분이라도 증명해 뿌듯하고, 세계 최초의 사건인데 명쾌하게 끝나서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검찰의 상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술이 살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니, 나로선 고맙다. 또 한번 대결을 해봐야지”라며 “기대에 맞을 만큼 열심히, 멋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