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5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김지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가석방 결정’에 따라 오는 13일 풀려나지만 “’사법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아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만 전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가석방은 형(刑)의 집행 장소만 구치소 밖으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赦免)과는 달리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은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원칙적으로 보호관찰 대상자의 범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이 종료되는 내년 7월까지 거주지를 옮길 때에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해외 출국을 하고자 할 때에도 법무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 부회장은 앞으로 수 년간 거의 매주 서울 서초동 법원을 오가며 두 개의 재판에 꼬박꼬박 참석해야 한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사건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데 둘 다 이제 시작 단계다. 각종 경영 관련 일정에도 두 개의 재판 출석 문제가 먼저 고려돼야 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의혹’ 사건의 경우 지난 4월 1차 공판을 시작해 지금까지 두 명의 증인 신문을 마쳤다. 오는 12일 11차 공판을 하는데 검찰 측 신청 증인만 200명이 넘는다. 내년 안에 1심 선고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프로포폴 의혹 관련 재판은 오는 19일부터 1차 공판이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두 재판이 모두 목요일 오전에 열리는 상황이 되면서 ‘피고인 이재용’의 재판 출석을 위해 재판기일 변경 등 법원 측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에 따라, 가석방 기간 중 다른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가석방은 취소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형 종료일인 내년 7월까지 두 사건의 유무죄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더욱이 오는 12월부터 개정된 형법으로 인해 가석방 취소 요건은 가석방 기간 지은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로 바뀌게 된다. 한 법조인은 “이 부회장이 각종 재판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