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 달간 세월호 CCTV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해 온 세월호 특검팀은 10일 의혹이 제기된 수사 대상 전부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현주 특별검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현주 특별검사팀은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로 결론 냈다./김지호 기자

‘4·16 세월호 참사 증거 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은 지난 5월부터 △세월호 내부 CCTV 데이터의 조작 의혹 △세월호 영상녹화장치(DVR) 바꿔치기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이현주 세월호 특검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서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해군·해경 등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며 “169테라바이트 분량의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4000시간 상당의 해군·해경 음성 교신을 녹취해 면밀히 검토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특검은 민변(民辯)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법무부에서 인권정책과장을 지낸 여권 성향 인사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선 2014년 참사 발생 후 검찰, 감사원, 국회 등 국가기관 7곳이 7년에 걸쳐 수사와 조사를 벌인 결과, 400여 명이 입건되고 150여 명이 구속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9번째로 나선 이번 세월호 특검은 세월호 내부 영상 자료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2월 활동이 끝날 예정이었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간을 2022년 6월까지 연장한 상태다. 사참위는 특검이 수사했던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한 기구다. 이날 세월호 특검의 수사 발표 현장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는 “10년, 30년 뒤에 한번 봅시다”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만든 위원회서 제기한 세월호 의혹, 특검서 무혐의

세월호 특검팀이 10일 ‘전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의혹들은 작년 9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제기한 것들이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여권 성향 인사들이 주도한 사참위는 당시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데이터를 외부에서 편집한 정황이 있고, 이 데이터가 담긴 영상녹화장치(DVR)가 검찰에 제출될 때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된 의혹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9차례 조사·수사

이 주장을 받아들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2019년 11월 발족)의 수사가 진행되던 작년 12월 ‘세월호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수단을 못 믿겠다’는 의심에서 출범한 세월호 특검팀은 ‘DVR 바꿔치기 의혹’ 등을 인계받아 석 달간 수사를 벌였으나 이날 ‘근거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앞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민변 출신인 이현주 특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수사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검 “데이터 조작 근거 없다”

이 특검은 이날 ‘DVR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누군가 은밀하게 세월호 선체 내부로 잠수해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려운 수중(水中)에서 ‘세월호 DVR’을 수거하고 아무도 모르게 세월호 참사 해역을 빠져나가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세월호 DVR’과 별개로 ‘가짜 DVR’이 존재한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고, DVR이 바꿔치기됐다고 볼만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CCTV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사참위가 조작의 흔적으로 지목한 특이 현상들의 경우,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을 확인했다”며 “국과수로부터 ‘세월호 CCTV 조작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이 특검은 또 DVR 관련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8개 국가기관이 9번 조사·수사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난 7년간 이번 특검까지 8개의 국가기관이 수사·조사를 진행했다. 2014년에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가 진행돼 세월호 선장·선원의 책임, 청해진 해운 비리, 사고 원인, 해경 구조 활동의 적절성 등에 대한 규명이 이뤄졌다. 책임자 문책과 함께 400여명이 입건돼 150여명이 구속기소됐다.

이후 2015년부터는 세월호 특조위가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 등을 조사했고, 2017년 출범한 세월호 선체 조사위는 사고 원인을 다시 조사했다. 2018년에는 사참위가 발족해 세월호 구조 지연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2019년 대검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권이 원했던 수준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월 임관혁 세월호 특별수사단장은 ‘국정원·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 17가지 의혹 가운데 ‘해경 구조 실패’와 ‘청와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만 기소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그는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고 했다. 이에 세월호 유족들은 “재수사해달라”고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10년, 30년 뒤에 한번 보자”며 반발했지만, 특검 측은 “충분히 자료를 검토했고 미진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작년 12월 종료 예정이던 사참위 활동 기간을 2022년 6월까지 연장한 상태여서 이날 특검 발표로도 논란은 종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특검 수사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세월호 진상규명은 사참위에서 후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