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정영학씨 등이 나눈 대화가 담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는 지난 2019~2020년 김만배씨가 성남 분당구 오리역 인근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는 은수미 성남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재판 상황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은 시장은 김씨가 추진하려 했던 오리역 일대 개발 사업의 최종 인허권자로, 시장직 유지 여부가 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김씨가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을 화천대유에 영입해 1억5000만원의 급여를 주는 등 ‘재판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20년 3월 13일 김만배씨는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씨, 화천대유 대표 이성문씨에게 “조금 힘써서 (은 시장이) 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답했다.

이어 2020년 3월 31일 김씨는 정씨에게 “(은 시장 재판이) 대법원 가면 100% 당선 무효일 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줄 거야”라고 했다. 2020년 3월 24일에는 “오리역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는데 은 시장 재판이 이렇게 된 마당에 차질이 왔다”며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래”라고 했다.

또한 김씨는 2020년 5월 7일 “민주당이 은 시장 아웃(당선무효형)에 대비해 (2022년) 지방선거 전에 결정 나게 할 것”이라며 “형(김만배)의 소스(source·정보원)가 누구냐. 1번 김용(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2번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3번 조”이라고 했다. 김용 부본부장은 이재명 후보가 2019년 12월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김용씨는 작년 9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당하기 전에 유동규씨와 여섯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2020년 7월 9일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가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파기환송해 기사회생했다. 은 시장은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 이준석씨가 운영하는 ‘코마트레이드’로부터 2016~2017년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제공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고 2심까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구체적인 ‘양형 부당 사유’를 항소장에 적지 않아 검찰의 항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논리를 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례적 판결”이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이후 은 시장은 2020년 10월 16일 수원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은 시장은 2018년 10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 김모(구속 기소)씨로부터 수사기밀을 제공받고 성남시 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 수주 등의 대가를 제공한 혐의로 작년 11월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