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9일 촉법소년(觸法少年)의 기준 연령을 낮추겠다고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한 것은 점점 잔혹해지는 소년 범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형사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형사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이다. 이 형사미성년자 가운데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법무부가 보고한 방안은 촉법소년의 범위를 ‘만 10세 이상~만 12세 미만’으로 좁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로 중학생에 해당하는 만 12~13세 청소년 범죄자들은 법원 소년부가 아닌 일반 형사 법정에 서야 한다. 보호처분과 달리 그때부터는 전과(前科) 기록도 남을 가능성이 크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점부터 가정과 사회의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꼽으며 “‘만 12세 미만’까지로 촉법소년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강력 범죄를 저지른 만 13세는 2만2202명, 만 12세는 7338명, 만 11세는 3387명, 만 10세는 2387명으로 나타났다. 실제 만 13세부터 소년 범죄가 급증하는 양상이란 것이다.

또한 촉법소년의 전체 범죄 건수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강간·추행, 폭력, 강도, 방화 등 강력 범죄가 그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한 패륜적이고 잔인한 촉법소년 범죄도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작년 5월 인천에서는 열세 살짜리 남자 중학생 A군이 인터넷 게임에서 알게 된 또래 B양을 여러 차례 성추행하며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성인이라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지만, 촉법소년인 A군에게 내릴 수 있는 처벌은 ‘10호 처분’(소년원 2년 송치)이 최대였다. 작년 8월 경기 의정부에서는 한 13세 청소년이 자신의 자택에서 모친이 꾸중을 했다는 이유로 부엌칼을 들고 와 살해했다.

자신이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작년 11월 대구 불로동에서는 한 식당 주인이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 3명을 꾸짖었다. 이들은 두 차례에 걸쳐 식당을 찾아와 손님을 내쫓고 기물을 파손하면서 “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며 식당 주인을 협박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느끼는 유대 관계가 강할수록 청소년 범죄가 낮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유대 수준이 매년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법과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데 촉법소년 제도를 손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의 재범률은 2020년 기준 13.5%로 같은 기간 성인 재범률(5.0%)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하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20대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이나 올라왔지만, 모두 폐기됐다. 유엔(UN)아동권리협약은 지난 2019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한국 국회 등에서 논의되자 “우려를 표하며, 현행대로 유지해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길 권고한다”고 했다.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장기간 소년 범죄를 다뤄 온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본지 통화에서 “‘만 14세’라는 현재 기준은 외국과 비교해서도 높지 않으며 한번 기준 연령을 낮추면 끝이 없다”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정치·행정 편의대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은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국민, 특히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친사상(國親思想)’에 반한다”며 “미성년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해도, 변화·개선 가능성은 더 크기 때문에 교육·선도 정책을 제대로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했다.

민변도 2018년 8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 입장을 냈다. 민변은 “미성년자 강력범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했던 미국, 소년 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춘 일본 등에서도 소년 범죄가 줄었다는 결과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소년에 대한 낙인 효과가 확대돼 소년의 사회화가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촉법소년(觸法少年)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이면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말한다. 범법 행위를 저질렀으나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을 받지 않는다. 대신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前科) 기록도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