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씨와 조현수씨/인천지검

‘경기 가평군 용소 계곡 살인 사건’으로 지명 수배됐다가 16일 체포된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는 이씨 아버지의 ‘자수 권유’로 자수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낮 12시 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씨와 조씨를 함께 검거했다. 지명 수배한 지 17일 만이다.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은 지난 6일 합동 검거팀을 꾸렸다. 당시엔 인천경찰청 광수대 수사관 11명만 투입했는데, 이후에 탐문 수사 등을 위해 추적 전담팀 인원을 42명까지 늘렸다.

인천경찰청 청사/연합뉴스

경찰은 끈질기게 두 사람을 추적했다. 특히 경찰은 이씨와 조씨가 검거되기 사나흘 전, 두 사람이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두 사람이 숨은 동과 호수를 알지 못했다. 경찰은 오피스텔에 진을 쳤고, 이씨 아버지를 설득했다. 이씨 아버지도 이씨에게 “자수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씨 아버지를 통해 두 사람이 숨은 오피스텔 호수를 알아낸 경찰은 오피스텔 문 앞에 대기했다.

결국 16일 낮 12시 25분쯤 이씨와 조씨는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고 한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두 사람을 곧바로 체포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저녁 인천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두 사람은 작년 12월 인천지검의 1차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두 사람이 이씨 남편 윤모씨를 가평에서 살인하기 전인 2019년 2월 윤씨를 복어 독으로 살해하려 했고, 이에 실패하자 그해 5월 경기 용인시의 한 낚시터에서 한 차례 더 살해하려 한 혐의를 추가로 찾아냈다. 두 사람이 윤씨 살인 미수를 했다는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보했다. ‘복어 독을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천지검 청사/뉴시스

두 사람은 결국 2019년 6월 윤씨를 숨지게 했다. 이씨와 조씨는 윤씨, 지인들과 가평 용소 계곡으로 놀러간 뒤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계곡 물에 ‘다이빙’하라고 했고, 윤씨는 다이빙한 뒤 익사했다. 한 법조인은 “이씨가 윤씨를 가스라이팅한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2019년 11월 윤씨의 생명 보험금을 타가려고 보험 회사에 연락했다. 보험 회사가 사기 범행을 의심하고 거절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에 그쳤다.

그러자 두 사람은 검찰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검찰과 경찰은 결국 지난 3월 30일 두 사람을 지명 수배했고, 지명 수배 17일 만에 두 사람을 검거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인천경찰청도 이씨의 전 남자친구 A씨가 2013년 태국 파타야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사망한 사건을 내사하고 있다. 또 이씨의 다른 전 남자친구 B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2010년 인천 ‘석바위 사거리 사고’에 대해서도 내사에 들어갔다. 제보 등을 통해 수사로 밝히지 못했던 두 사람의 과거 행적이 언론에 여러 번 드러났다.

'계곡사망'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도주한 이은해(31·여)가 공범 조현수(30)에게 2021년 3월17일 예천 삼강주막에서 쓴 엽서글 전문./뉴스1

이 사건은 2019년 6월 30일 일어났다. 2019년 6~10월 가평경찰서가 변사 사건을 수사했고, 내사 종결했다.

억울했던 윤씨 유족 지인이 2019년 11월 일산서부경찰서에 다시 제보해 일산서부서가 재수사에 들어갔다. 2020년 10월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건을 다뤘다.

2020년 12월 일산서부서는 이씨와 조씨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한 법조인은 “흉기 등으로 직접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니라서 경찰로서도 의심은 되지만 구속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 계곡 폭포의 모습./뉴스1

고양지청은 이씨와 조씨가 인천에 사는 점 때문에 사건을 인천지검으로 넘겼다. 인천지검은 2021년 2~11월 전면 재수사를 벌였다. 이씨와 조씨 주거지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통화 내역 등 영장을 14차례 청구, 집행해서 사건 단서를 잡고 ‘복어 독’ ‘낚시터’ 살인 미수 혐의를 추가로 찾았다. 한 법조인은 “검찰은 추가 혐의를 밝혔고, 경찰은 도주한 범인을 잡은 검경 합동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은 두 사람의 여죄를 낱낱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경의 추가 수사를 통해 이씨와 조씨의 여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살인,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한 물증이 다수 확보된 만큼, 법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