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합의한 사실상 ‘시한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법조계에선 “정치권의 야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검사의 직접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은, 결국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범죄만 한시적으로 수사권을 가진다. 여야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고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르면 오는 8월쯤부터 검찰은 선거범죄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법조계 비판이 이어지자, 박 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저는 당초 부패·경제·선거·공직자 범죄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하나라도 더 축소하겠다는 민주당 측의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아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선거법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경찰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고발장 접수 문제 등을 두고 경찰과 검찰 일선 현장의 혼란도 불가피할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선거범죄 수사권 상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고발장 접수를 반려할 수도 없고, 접수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로 넘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한 지난 22일 최경식 더불어민주당 남원시장 예비후보는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 예비후보 측은 선거사무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A씨를 후보자비방죄(공직선거법 251조),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공정한 선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서 그 사회적 해악성이 매우 높은 범죄행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피고발인(A씨)의 합당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은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준비했는데, 정작 현장에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기대하는 셈”이라며 “민주당 중재안이 계획대로 통과되면 최 후보가 낸 사건은 검찰에서 경찰로 이첩될 것이고 ‘신속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