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치고 차에 오르기전 손을 들어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장관이 6일 오후 이임식을 가지면서 “검주민수(檢舟民水), 검찰은 배, 국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며 “검찰이 국민을 최우선으로 놓고 일한다면 검찰 개혁의 강은 잔잔할 것이나 반대라면 강은 사납게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5시에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지난 20년 여기 마르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이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강”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개혁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함께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여전히 진행형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장관은 “여성 대상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에 분노하고 용납하지 않는 검사, 가족의 파편화 속에서 학대받는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팔걷어 부치는 검사, 일터에서 전장처럼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려고 애타는 검사, 모두 검찰 조직에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그는 “검사들이 다양한 생각과 전문성을 갖추고 고르게 평가받고 발탁되는 조직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한다”며 “그것이 제가 못 이룬 검찰개혁의 나머지 숙제”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3시쯤 출입기자단에 박 장관의 이임사를 공유했다. 처음 공유된 박 장관 이임사엔 ‘권력에 야합하지 않고 강단 있게 거악을 척결하는 검사, 여성 대상 성범죄 (중략) 모두 검찰 조직에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돼 있었다. 그런데 법무부는 오후 3시 35분쯤 박 장관의 수정된 이임사, 오후 4시 36분쯤 재수정된 이임사를 출입기자단에 다시 공유했는데, 박 장관 이임사 수정, 재수정본엔 ‘권력에 야합하지 않고 강단 있게 거악을 척결하는 검사’라는 문구가 빠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뒷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다수 있는 상황에서, 강단 있게 ‘우리 편’의 거악을 척결하는 검사까지 소중하다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임식 전날인 5일 페이스북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사진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님께 국회 복귀를 사전에 신고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작년 2월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의 갈등이 최고조일 때 취임했다. 취임 직후 검찰 인사에 대해 윤 전 총장과 협의하지 않아 윤 전 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박 장관은 작년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했다. 올 3월엔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김오수 전 총장의 ‘채널A 사건’ 등에 대한 지휘권을 복원하려 시도했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하려는 것을 김 전 총장을 통해 막으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검찰국도 “직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반대해, 결국 그는 이 수사지휘권 발동은 접었다.

박 장관은 최근 검찰의 ‘검수완박’ 반발 국면에선 “고립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검수완박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을 땐 위헌, 위법 논란 관련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다”고도 했다. “장관이기 전에 민주당 의원”이라고 했던 박 장관은 대전 지역구 행사를 자주 챙겼다는 비판도 받았다.

다만 박 장관은 검찰 외 업무에서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5일 ‘인격권’을 민법에 명문화하고, 불법 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등의 인격권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같은 날 미성년자가 부모의 ‘빚 폭탄’을 전부 떠안지 않도록 성인이 된 이후 한정 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안도 함께 입법 예고했다.

지난 3일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가 학대를 하는 등 친권(親權)을 남용한 부모에게 직접 친권 상실 등 가사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든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취임한 박 장관은 동부구치소 현장을 방문하는 등 문제 발생 지역 현장을 자주 찾기도 했다. 그는 이임사에서 “동부구치소에서 시작된 제 임기의 마지막 또한 현장에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