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대학 건물 내에 붙이다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됐던 20대 청년이 사건 발생 2년 7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뉴시스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 소속 A(27)씨는 2019년 11월 25일 새벽 충남 천안시 단국대 천안캠퍼스 자연과학대학 등 건물 4곳에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건조물 침입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A씨가 붙인 대자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인쇄됐으며, “나(시진핑)의 충견 문재앙이 공수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켜 완벽한 중국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 등의 내용이 적혔다. 당시 단국대 측에서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은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A씨를 약식 기소했다. 법조계에선 “정부를 비판했다고 불법 침입으로 몰아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은 2020년 6월 “A씨가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고, 대전지법 형사5부(재판장 이경희)는 지난 22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건물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이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평화를 해치는 방법으로 침입하지 않았다”며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 기간인 29일까지 상고하지 않아 A씨의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대자보를 붙였다는 이유로 건조물 침입죄라며 수사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대학 건물 관리인의 얘기를 묵살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 지켜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