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에 입국한 태국인 108명의 입국이 무더기로 불허돼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전날에는 112명의 태국인들에 대한 입국이 거부됐다. 비자 없이 최장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사증 면제 협정’이 적용되는 제주를 통해 ‘불법 체류’ 목적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분류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이틀간 태국인 220명에 대한 입국을 불허한 것이다.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뉴스1

4일 법무부는 지난 3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에 도착한 태국인 182명 가운데 122명을 재심사 대상자로 분류했고, 그 결과 108명의 입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일 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태국 방콕행 항공편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일에도 제주에 도착한 태국인 183명 중 125명이 입국 재심사 대상자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112명이 입국 불허자로 판정돼 태국으로 돌아갔다. 입국 불허 배경에 대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목적이 불분명해 입국을 불허했고 주로 불법 취업을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무더기 입국 불허의 배경으로는 ‘불법 체류 증가’가 꼽힌다. 제주에선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태국인이 관광이나 친지 방문, 회의 참가 등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할 경우 사증 면제 협정이 적용돼 비자 없이 최장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제주를 첫 기착지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출입 당국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이날 제주에도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국가(무사증 입국 가능 국가) 국민들이 현지 출발 전에 여권 정보 등을 미리 홈페이지에 입력하게 해 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작년 9월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당시 국제관광도시라는 특성을 고려해 제주는 전자여행허가제 적용이 면제됐는데, 불법 체류 등 부작용 사례가 발생해 제주에도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전자여행허가제를 적용하면 범법자, 불법취업 기도자 등의 항공기 탑승을 사전에 차단해 대거 입국 불허에 따른 외교적 마찰, 입국 후 무단이탈, 불법 체류 증가 등의 부작용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인은 “법무부가 불법 체류, 마약 유통 등 범죄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발빠르게 ‘선(先)조치 후(後)대책’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