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7일 검찰을 떠나며 “정치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갖지 말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원장은 이원석(연수원 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사의를 밝혔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조선DB

여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사건 처리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조직의 존폐와 관련된 위기에 늘 해온 대로 대응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으면 결과는 예상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여 원장은 “우리는 과거 정치권에서 논쟁이 된 사건을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각돼 더 심한 정쟁의 소재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며 “그 결과 검찰의 명성과 신뢰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곤 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더는 정치 쟁점화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무작위로 시민을 뽑아 검찰시민위원회를 꾸린 뒤 수사 전 단계에서 판단을 구하고, 조사 과정에도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가 종결된 후에는 시민위원회가 백서를 발간해 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절차나 재판이 끝난 후에는 기록을 모두 공개하자고도 했다.

여 원장은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더는 권력이 검찰을 도구로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도 통하지 않을 것이며,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권력투쟁의 재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 김천 출신인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친 특수통으로 2005년 대우그룹 분식 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했다. 대검 대변인,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대구지검장, 광주지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