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킨텍스 사장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쌍방울 측으로부터 1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전 의원은 현재 킨텍스 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을 때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지내는 등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이화영 사장의 집무실과 오피스텔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부터 쌍방울 경영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수사해 온 검찰은 최근 이 사장이 2019년 1월부터 쌍방울 법인카드를 받아 1억여원을 사용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의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은 한 시민단체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직후인 작년 9월부터 멈췄다.

이 사장은 2017년 3월부터 쌍방울 사외이사로 근무하다가 2018년 6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운영분과위원장을 맡으며 사외이사를 그만뒀다.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냈고, 2020년 8월 경기도가 지분 33.3%를 보유한 킨텍스 사장에 선임됐다.

검찰은 이 사장이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킨텍스 사장 등 공직에 있으면서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매달 수백만원씩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그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카드를 제공한 쌍방울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사장에게 제공한 금품이 2020년 이 사장이 민주당 총선 경선에 나섰을 때 선거 비용으로 쓰였는지도 수사 중이다. 본지는 이날 이화영 사장에게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이화영 사장의 사무실과 주거지 외에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협력국,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도 포함됐다. 경기도 평화협력국은 이 사장이 경기도 평화부지사 시절 관장하던 부서였다. 이에 대한 압수수색은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주최한 대북 교류 행사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와 관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는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관료 5명이 참석해 화제가 됐다. 당시 한국 측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사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평화부지사로 행사 개최를 주도한 이 사장이 당시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애초 경기도가 행사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던 이 행사는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모자란 비용 8억원을 공동 주최자인 아태협이 내게 됐다. 이때 쌍방울이 아태협을 후원하는 형태로 이 비용 중 상당 부분을 낸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이 아태협을 통해 경기도가 진행하는 행사 비용을 우회 지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사장이 평화부지사 시절 담당한 행사 비용을 지원한 데 이어, 개인적으로 금품까지 제공한 배경이 무엇인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 대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17대 국회의원 출신인 이 사장은 원래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하며 ‘이재명 측근’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지난 대선 경선 때 이 전 대표의 지지 조직인 ‘광장’이 발기인 1만5000명 규모의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9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질 당시에도 이 사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 경영진으로 이 사장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이한성씨가 참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한성씨가 화천대유가 분양한 대장동 아파트를 소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도 일었다.

그동안 쌍방울 측은 수원지검의 수사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인은 “쌍방울이 수원지검의 수사 기밀을 빼오려고 애를 쓴 것도 수사가 이화영 전 의원 등 정치권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법무부에 제출받아 공개한 ‘쌍방울 수사 기밀 유출’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관 A씨는 지난 5월 중순 쌍방울 임원 B씨로부터 “검찰에서 수사 중인 범죄사실을 알려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쌍방울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 소속이었고, B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과거 A씨와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A씨는 5월 24일 업무용 PC 내부망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에 접속해 쌍방울그룹 관련 압수 수색 내용이 담긴 영장 자료를 복사한 뒤 6장 분량 문서로 출력했다. 이어 A씨는 그날 오후 8시 자신의 집 앞 주차장에서 B씨에게 이 문서를 건넸다. 하루 뒤인 5월 25일 B씨는 A씨로부터 확보한 문서를 검찰 출신 C 변호사에게 넘겼고, C 변호사는 ‘쌍방울 범죄사실.pdf’라는 제목으로 문건을 스캔해 사무실에 보관했다. C 변호사는 지난 2020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 중이며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냈다.

B씨는 A씨를 통해 6월 21일과 22일 수원지검의 압수 수색 진행 상황 등 수사 기밀을 전해 들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이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