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책임을 돌렸다. 그간 유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책임소재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었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부(재판장 이준철)심리로 열린 유씨 및 김만배, 남욱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유씨 측이 이 사건 피고인이자 핵심 증인인 정영학 회계사를 신문했다. 유씨 변호인은 작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당시 지사가 ‘건설사를 배제하고 금융사를 컨소시움으로 정한 것은 건설사 참여시 폐해가 많아 내가 결정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결국 공모지침서에 금융사를 한정한 내용은 증인들(정영학씨 등)이 아니라 성남시 차원의 결정 아니었나”고 물었다.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에는 컨소시엄 사업자에 건설사를 빼고 금융사로 한정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검찰은 이 내용이 김만배씨등이 주도하는 화천대유의 컨소시엄 사업자 선정을 염두에 두고 넣은 것으로 보고 배임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유씨 측이 결정의 최종 책임이 성남시에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영학씨는 “건설사 배제는 희망 사항이었고 결국 잘 됐다”고 즉답을 피했다.

유씨 변호인은 계속해서 ‘금융사 한정’ 지침이 유동규가 개발업자들의 말을 듣고 성남시에 피력한 것인지 성남시청 혹은 시장 차원에서 내려온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정씨가 ‘그때는 몰랐다’ 면서 ‘(지금은) 위에서 지침이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정한 것이지, 어떻게 유동규가 한 것이나”

유씨 변호인은 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원화(제1공단 공원화)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해라’라고 남욱으로부터 전해 듣지 않았느냐”며 “이러면 시장이 정한 것이지 유동규가 어떻게 힘을 써서 했다고 볼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정영학씨는 “내부 과정은 잘 몰랐다”고 얼버무렸다. 유씨 변호인은 재차 “녹취록만 보면 ‘시장이 정했나보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검찰에서 김만배 남욱에게 어떤 얘기를 들었길래 유동규가 다 힘썼다고 한 것이냐”고 정씨를 다그쳤다.

변호인은 이어 용적률 상향, 이익 배분 방침 등에 대해서도 성남시장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정씨는 “당시에는 유 전 본부장에게 얘기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을 흐렸다.

유씨는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밤 본지 기자 등과 만나 “내가 지은 죄만큼 받고 남이 지은 거면 내가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 자금 ' 8억 수수 혐의,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더 있다는 취지였다.

유씨는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대표)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이게 맞는 것 아닌가”라며 대장동 개발 비리 과정에 이 대표 역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