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 도피 중 카지노에서 수억원대의 불법 도박을 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검찰도 이 사실을 파악해 범죄 연관성을 확인 중에 있다.

김씨는 수원지검이 쌍방울 본사를 압수 수색 하기 직전인 지난 5월 말쯤 싱가포르로 출국해 태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태국을 중심으로 주변국을 오가며 생활하던 김 전 회장은 필리핀 마닐라 등에 있는 카지노를 수차례 방문해 수억원대의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국내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그가 출국 당시 이미 거액의 도피자금을 갖고 있었고, 도박 자금 등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체류비가 떨어져 귀국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액을 들고 해외로 나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지난여름 서울 강남에 있는 룸살롱 여성 종업원을 불러 만나거나, 국내에서 한식을 공수해 가는 등 ‘호화 도피’ 생활을 한 사실이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바 있다.

김씨는 현지에서 자신과 관련된 국내 언론사 기사를 챙겨 보며 검찰의 수사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있는 자신의 지인들에게는 “수사가 잠잠해지면 내년 초쯤 한국에 들어가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8월 말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해놓은 상태다.

김씨는 또 쌍방울 등 자신이 벌여놓은 국내 사업과 관련해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며 실시간으로 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대신 사업체를 맡아달라” “계열사 중 일부를 정리해달라” 등 사업 관련 업무 처리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 올수록 해외에서 쌍방울 등 사업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