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촬영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 탈북 어민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북송되지 않기 위해 버티자 북측 병사 두명이 팔을 잡아 끌고 있다.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우리 군(軍)이 탈북 어민 2명을 동해상에서 나포하기 하루 전부터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미 북송(北送)을 협의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공소장에 포함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려고 준비 중이었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북한 어민 나포에서 북송까지 사전에 기획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 통일부 실무자들은 ‘강제 송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지만 모두 묵살됐다고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청와대 안보실과 국정원은 2019년 10월 29일 북한 어민 2명이 남쪽으로 도주 중이라는 군 첩보를 넘겨받았다. 30일 첩보에는 이들이 동료 선원을 살해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리 군은 10월 31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어민들을 1차 퇴거했다. 당시 안보실은 북한 선박·인원이 NLL을 넘으면 퇴거와 현장 송환을 원칙으로 하는 매뉴얼을 시행 중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어민 2명을 북측에 인계했다. /통일부 제공

그런데 안보실은 10월 31일 나포 방침을 정했고, 11월 1일 북한 어민들이 NLL을 다시 넘어오자 나포를 승인했다고 한다. 정 전 실장과 서훈 전 국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에 맞춰 북 어민을 북송하자’고 협의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군은 11월 2일 북 어민을 동해상에서 나포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 송환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는 통일부가 북측에 강제 송환을 통지한 11월 5일 북측에 전달됐다.

서훈 전 원장은 국정원 3차장이 “실무 부서에서 두 번이나 (조사 중단에) 반대한다”고 보고했지만 “그냥 해”라고 묵살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보고를 했지만,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월 4일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며 “북송이 가능하다”고 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청와대 회의 결과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