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1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서 돈 전달 과정에 대한 시연에 나섰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16일 열린 김용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유동규씨는 당시 현금 상자를 넣었던 흰색 쇼핑백을 준비하고 시연에 나섰다. 검찰은 당시 현금 1억원을 넣으면 꽉차는 크기의 종이 상자와 실제 현금 2억원을 마련해 유씨와 함께 시연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돈 가운데 남씨의 측근인 이몽주씨를 통해 5억원을 전달받았고, 2021년 6월 이 돈 가운데 3억원을 김용씨에게 수원 광교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전달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 4~8월 유동규씨에게 8억4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유씨가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을 돕기 위해 자신이 직접 돈 전달 당시의 상황 재연에 나선 것이다.

유씨는 준비한 종이상자 3개 가운데 2개를 쇼핑백 아래 부분에 세로로 세우고 나머지 1개는 그 위에 가로로 덮었다. 그리고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쇼핑백 손잡이 부분을 테이프로 3차례 밀봉했다며 그대로 테이프로 감았다. 이후 크기가 더 큰 초록색 쇼핑백에 기존 쇼핑백을 담고 한손으로 들고 가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유씨는 경기도청 인근에서 2억원을 전달할 땐 김용씨의 왼쪽 겨드랑이에 넣어줬다며 종이상자 2개가 든 쇼핑백을 자신의 왼쪽 겨드랑이에 껴보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당시 김용 피고인이 외투를 입고 오지 않았냐”고 하자 정장을 입고 출석한 유씨는 곁에 앉아있던 정민용 변호사의 코트를 빌려 입고 다시 시연에 나섰다. 유씨의 모습은 법정에서 이를 지켜 본 방청객 일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쇼핑백을 들어 올려 무게를 가늠해보면서 “가져가기 불가능하거나 무거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시연은 재판부가 2억원을 김씨에게 건넸다는 유씨의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들고 갈 수 있는 무게인지 확인해 보겠다”며 직권으로 결정했다.

김용씨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씨, 정민용씨와 공모해 남욱씨에게서 4차례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남씨가 마련한 자금이 정씨, 유씨를 거쳐 김씨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4월 경기 성남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1억원, 6월 수원 포레나광교 근처 도로에 세운 차 안에서 3억원, 같은 달 경기도청 근처 도로의 차 안에서 2억원 등 총 6억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유씨가 사용하거나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