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은 단언컨대 허상이다.”

지난 20년간 1000여 건의 성폭력, 가정 폭력 사건을 변론해 온 김재련 변호사(51)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완벽한 피해자’(천년의상상)를 출간했다.

김 변호사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한 걸로 유명하다. 이번 책에서는 의대생 성추행 사건, 태권도 사범 성추행 미투 사건 등 600여 건이 넘는 다른 사건들을 맡았던 경험을 담았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숱한 편견을 겪었다고 했다. 한다. “피해자라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 가해자 집에 놀러 갈 수 있겠나” “피해자라면 그다음 날 친구와 나이트 가서 놀 수 있겠나”라는 것이 대표적 편견이라고 했다. 그는 책에서 “이 모든 것은 양립 가능하다”며 “성폭력에 대한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피해를 당한 즉시 신고하고 피해 후 눈물로 일상을 보내는, 이른바 ‘완벽한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책에서 “‘증거를 가지고 오면 믿어 주겠다’는 것도 성폭력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성추행이 이뤄진 경우 목격자나 CCTV가 있는 것도, 옷 위로 지문이 남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래서 피해자에게만 사실 증명을 강요하지 않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책은 가해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인생에 성폭력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고 일상은 계속돼야 한다”며 “친구를 만나 즐겁게 여행 다니고,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연애도 해야 한다. 당신은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 낸 멋진 사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