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마약이 급격하게 퍼지는 배경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중 마약 사범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온정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마약 사범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명 작곡가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46)에 대한 첫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그는 1심에서 2021년 말부터 필로폰을 4500만원어치 사고 14차례 투약한 혐의가 인정됐다. 과거 대마초를 피운 혐의 등 마약 전과도 3회였다. 그런데 1심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3000회 이상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매수했다”면서 “집행유예는 지나치게 가볍다”고 했다. 마약수사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전과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법원이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에서는 조직적 마약 사범의 경우에 한해 직접 마약 밀수에 가담한 운반책이나 10g 이상 다량의 마약을 취급한 판매책 정도만 실형 선고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주로 전과가 있거나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을 때 실형 선고가 나오고, 전과가 없으면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마약류 관리에 법률’을 위반한 1심 사건 5458건 중 실형 선고는 2624건(48.1%)으로 감소 추세(2020년 53.7%, 2021년 50.6%)다. 반대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비율은 2020년 36.3%, 2021년 38.1%, 2022년 39.8%로 증가세를 보인다.

법원이 형사재판에서 형벌의 양을 정할 때 고려하는 양형(量刑) 기준이 마약 사건과 관련해 지나치게 낮다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대마의 경우 투약을 하거나 단순히 소지만 했을 경우 양형 기준은 징역 8개월~1년 6개월(기본 기준) 사이다. 마약을 영리 목적으로 수출입 또는 제조 등을 해야 최대 징역 11년까지 올라간다. 한 법조인은 “최근의 마약 확산세를 감안할 때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