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전국 마약 수사 컨트롤 타워로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신설한 이유는 지금처럼 마약 수사 역량이 기관별, 지역별, 영역별로 나눠진 상태에서는 마약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마약 수사 컨트롤 타워인 대검 강력부를 없앤 것이 국가 차원의 마약 범죄 대응 역량이 심각하게 약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다.

마약 범죄 특수본은 검찰, 경찰과 관세청의 마약 범죄 전담 인력 840명으로 구성된다. 검찰에서는 전국 검찰청 60곳의 마약 전담 검사 92명, 마약 수사관 270명 등 총 377명이 투입된다. 경찰 소속인 국가수사본부 마약 수사 인력,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과 전담 경찰서의 마약 수사 전담 인력 등 371명과 관세청 소속 마약 수사 전담 인력 92명도 함께 특수본에 참여한다.

특수본은 범죄 단서에 대한 수사 의뢰부터 수사 착수, 영장 신청, 재판 단계 등까지 ‘원스톱’ 공동 대응 체제로 운영된다. 식약처·교육부·서울시 등이 수시로 모니터링 자료를 공유하면서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과 세관, 해경이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고 검찰이 영장과 송치 사건을 전속 처리하는 방식이다.

특수본은 특히 미성년자 상대 마약 범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벌어진 ‘마약 음료 시음’ 사건 같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학원가, 어린이보호구역을 상대로 서울시의 ‘스마트 서울 CCTV 안전 센터’를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마약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경찰청에 즉시 신고되는 방식이다. 또 청소년을 상대로 ‘기억력·집중력 향상’ ‘수험생용’ ‘다이어트 약’ 등의 이름으로 마약을 제조·유통하는 사범도 집중 단속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마약을 주문하고 가상 화폐로 대금을 지불하면 약속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는 ‘던지기’ 방식 거래도 특수본의 중점 단속 대상이다. 주택가 우편함, 에어컨 실외기 등 마약 범죄가 우려되는 장소를 수시로 순찰하겠다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국제우편, 특송 화물 등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적발하기 위한 통관 검사도 강화된다.

하지만 특수본의 조직 구조상 마약 범죄 대응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본은 비상설 기구로 자체 예산도 없고 인사 권한도 없다. 본부장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이 공동으로 맡게 돼 있어 지휘 체계에 혼선이 생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수본의 존속 기간도 따로 정해진 게 없다. 특수본 관계자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마약단속국(DEA) 같은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DEA는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유통 단속 및 예방을 전담하는 상설 조직으로 법무부 산하에 설치했다. DEA는 미국 내 마약 유통 적발을 비롯해 남미 등 마약 공급 국가의 마약 조직 소탕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DEA는 1993년 콜롬비아의 마약왕이라고 불렸던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사살하는 데 공조하기도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은 임계점을 넘으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번질 위험이 있다”면서 “미국 DEA처럼 독립적인 권한과 예산을 보장받는 상설 기구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