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북한에 수차례 충성 맹세문을 보낸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법무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52)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A씨 등은 2018년부터 북한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문과 사상학습 결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교류국도 2018년 12월 3일 이들 조직에 “새해와 1월 8일(김정은의 생일)을 맞으며 총회장님(김정은)께 드리는 축전을 15일 전까지 보내줬으면 한다”고 지시하는 등 주기적으로 충성맹세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지난 10일 민노총 간첩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A씨는 2018년 12월 9일 충성맹세문을 보냈다. A씨는 “경애하는 김정은위원장님께 삼가 올립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조선반도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온 겨레 성원 모두가 우러르는 주체혁명의 새세상을 열어주시었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백두의 혁명전통을 계승하고 조선반도와 세계인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하여 불면불휴의 큰 걸음으로 빛나는 승리로 결속해 나가시고 계십니다. 백전백승의 우리당은 우리사상과 사회주의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뇌로 인민과 함께 혼연일체, 불굴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9월 30일자 충성맹세문에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아름찬 투쟁의 역사 조선노동당 만세!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실현 투쟁 만세!”라고도 했다. A씨는 같은 충성맹세문에서 “방대한 혁명임무를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결사관철 하는 것을 혁명전사의 가장 신성한 의무로, 최고의 영예로 여기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을 무조건 철저히 집행해 나갈 것”이라며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동지의 혁명동지, 혁명전우가 된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심장깊이 간직하고 남조선혁명운동에 대한 김정은동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튼튼히 세우기 위한 사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불굴의 혁명신념과 불같은 조국애로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우리 당을 영원히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강화 발전시키며 수령님과 장군님의 사상과 업적을 빛나게 계승하여 이남사회에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위업을 빛나게 실현함으로써 이 땅위에 꿈에도 그리던 조국 통일을 이룩하는데 한 몸 바쳐 투쟁 할 것을 결의합니다”고 했다.

A씨는 또 2021년 1월 11일자 충성맹세문에선 “백두에서 개척된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뇌부를 결사옹위로 정의롭고 아름찬 역사를 계승하고, 경애하는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대를 이어 바쳐가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온 사회의 혁명사상으로 차넘치는 조국을 건설을 위한 불면불휴의 영도를 혼연일체, 일심단결로 결사옹위하자. 경애하는 영도자 김정은 동지, 당의장에 선출을 열렬히 축하드립니다”고 했다.

A씨는 이외에도 “김정은 동지의 손을 잡고 태양조선, 백두산민족의 기백으로, 선군의 총열에 붉은기묶고, 앞세워, 억척같이 어깨 걸고 한발 한발 진군 또 진군해 나갈 것입니다”(2022년1월30일자 충성맹세문)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받들어 대를 이어 충성하자 우리당 제8차당대회 기치높이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으로 전진 앞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따라 투쟁 앞으로”(2022년 4월 4일 충성맹세문) 등 두 차례 더 충성맹세문을 보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지난 10일 A씨를 비롯해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48)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54)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 조직부장 D(51)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지하조직에서 북한 김정은은 ‘총회장’으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각각 불렸다고 한다. 문화교류국 아래 지하조직인 ‘지사’를 두고 A씨가 ‘지사장’을 맡았다. 민노총은 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영업1부’로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2019년 캄보디아·중국·베트남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선하고 지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약 20년간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하며 ‘따뜻한 동지’로서 ‘혈육의 정’을 나눴다는 표현도 북한 지령문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A씨가 2020년쯤부터 북한 공작원과 비밀리에 연락하거나 만났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A씨가 평택미군기지, 오산공군기지 등 각종 군사시설 및 군용장비 등을 촬영해 SSD(solid state drive·데이터 저장 장치)에 저장·보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이 파일에는 평택미군기지 및 오산공군기지 내의 시설·건축물 전경 및 활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정찰기 착륙 장면, 탄약고 건설 현장 등을 촬영한 동영상·사진 등이 포함됐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군사 기밀에 속하는 자료다. 검찰은 북한에 알려질 경우, 전쟁 등 유사시 북한의 1차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등 결과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큰 국가기밀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