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을 마련하면서 ‘표준형 휠체어’만을 기준으로 삼고,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와상장애인)을 위한 규정은 마련하지 않은 현행 법령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뉴스1

헌재는 25일 A씨가 낸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중 ‘휠체어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한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령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 개정 전까지는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국회가 내년 12월까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긴 침대형 휠체어만 이용할 수 있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을 가족을 두고 있는 A씨는 “교통약자법에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탑승 설비 관련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2019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특별교통수단의 안전 설비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앉아서 타는 표준 휠체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헌재는 “표준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표준 휠체어만을 대상으로 안전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표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과 그럴 수 없는 장애인을 달리 취급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새로 정해 설치를 의무화하면 어느 정도 재정적 부담이 있을 것은 예상된다”면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