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회사가 차량 운행에 필요한 기름값(유류비)을 소속 기사들이 부담하는 내용의 약정에 합의했더라도 이는 현행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스1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택시기사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A씨가 다닌 회사는 소속 택시 기사들과 맺은 임금 협정에서 유류비를 각자의 운송 수입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택시 기사들은 회사와 맺은 임금 협정 등에 따라 운송 수입금에서 유류비를 각자 부담해왔다. 이를 금지한 택시발전법이 해당 지역에서 시행된 2017년 10월 이후에도 이 회사는 기사들과 약정을 맺고 유류비를 기사들에게 떠넘겼다.

그러자 A씨는 2019년 회사를 상대로 자신이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회사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회사가 약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었다. 대법원 역시 이런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라며 “업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유류비를 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사업자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외형상 유류비를 사업자가 부담하기로 정하되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하는 것과 같은 탈법적인 행위 역시 무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