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병원에 잠입해 프로포폴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야간방실침입절도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45)씨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월 새벽 출입문을 함께 사용하는 옆 병원에 침입해 프로포폴 성분 의약품 30ml 가량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옆 병원 CC(폐쇄회로)TV에는 A씨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옆 병원 내시경실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찍혔다. A씨가 범행 직전 모뎀 코드를 뽑으면서 병원 내 인터넷 연결이 끊겼고, 이 때문에 범행 장면은 녹화되지 않았다. 이후 밀병 표시가 제거된 프로포폴 병 3개의 내용물이 조금씩 줄어 있었고, 주삿바늘 자국도 남아 있었다. A씨는 같은 해 3월에는 운영하는 병원에서 파손된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 마약류 성분이 있는 의약품을 폐기 절차에 맞지 않게 임의로 폐기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자신의 병원도 프로포폴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도의 동기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 판사는 “피고인이 미리 준비한 주사기로 프로포폴 병 3개에서 내용물을 소량씩 뽑아 담은 후 내시경실을 나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각 병원은 매일 프로포폴 사용 수량 및 보관량을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해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절취 동기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