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 고(故)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는데, 오해를 살 부분도 있어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가 16일 심리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유씨는 이같이 증언했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검찰이 김 전 처장의 극단적 선택 이유에 대해 묻자 “김문기가 많이 몰렸던 것 같다”며 “성남도개공에서 (김 전 처장이) 배임 공범이라는 식으로 변상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숨진 당일 회사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 의결을 통보 받았다. 검찰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참고인으로 소환돼 4차례 조사도 받은 상태였다.

유씨는 또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도왔던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김 전 처장이) 이재명 쪽에 정보를 많이 줬다”며 “민감한 시기에 경기도청에서 연락이 와서 ‘대장동 사업은 아무 문제 없다’는 서류 만드는 것을 도왔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장동 서류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대선 출마를 위해 운영한 ‘열린 캠프’에서 낸 ‘대장동 개발사업 Q&A’ 자료집이다.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사업’ ‘대장동 게이트가 아닌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피고인으로 재판에 나온 이 대표는 유씨 등 대장동 일당을 연달아 직접 신문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따졌다. 유씨가 김 전 처장과 함께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게 업무 보고를 한 적 있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발언권을 얻어 질문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유동규) 본부장에게 지시받은 내용을 업무 일지에 꼼꼼히 썼다”며 “상식적으로 시장에게 동행 보고하러 갔다면 이것도 업무 일지에 써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씨는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유씨에 앞서 증인으로 나온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을 상대로도 질문을 던졌다. 정씨가 2017년 6월 12일 대장동 사업의 배당 이익 관련 결재를 받을 때 김 전 처장과 동행했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며 “증인과 논쟁하거나 토론할 일이 아닌데 매우 이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냐”고 추궁했다. 굳이 정씨와 김 전 처장을 불러 보고를 받을 사항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측 변호인 이건태 변호사 등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입구에서 유동규 증인 신문 및 사건 병합에 대한 변호인단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들은 유씨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을 흔들어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검사가 진술을 유도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지분 배분 과정과 뇌물 공여 상황 등에 관한 유씨의 진술이 끊임없이 바뀌어왔다는 것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핵심 증인인 유씨의 허위 진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씨 측 주장에 대해 “유씨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관계 및 참고인의 진술 등과 일치하고 증거들은 모두 법정에서 현출돼 심리를 거쳤다. 향후 재판에서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