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군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하고, 김관진(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전 국방부 장관을 재수사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국방부를 압수 수색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본부, 국방부 직할 부대인 조사본부 등에 수사관 등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 수색 대상에는 국방부 본부의 정책보좌관실과 조사본부의 지도과, 운영과 등 4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부를 출입한 청와대 인사들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9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A씨가 국방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를 수차례 방문해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 수사 관계자들을 만나 “왜 축소 수사를 했느냐”고 따지고, 이미 마무리된 군 수사 기록을 영장 없이 청와대로 가져오게 해 무단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시민 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작년 8월 A 전 행정관,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한변은 “청와대 행정관이 법적 근거도 없이 수사를 지휘한 것은 권리 행사 방해에 해당하고, 수사 기록을 복사해 외부로 유출하게 한 것은 국방부 조사본부 담당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이라며 “이런 일을 행정관 독단으로 진행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정 전 실장도 함께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을 검토한 검찰이 사건을 경찰에 넘기면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경찰은 작년 9월 고발인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2014년 국방부 검찰단은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을 수사한 뒤 전직 사이버사령관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A 전 행정관이 국방부 등을 방문한 지 석 달 만인 2017년 11월 김 전 장관은 재수사를 받았고,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불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작년 10월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데, 검찰은 지난 7일 결심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적(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 공격에 대응할 목적으로 시작된 사이버 심리전이었던 만큼 공정한 판결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