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뉴스1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시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원전(原電) 공사 재개 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안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당시 ‘에너지전환TF’ 팀장이었던 김 전 실장은 지난달 19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법무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김 전 실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 2017년 9월 18일 대통령비서실 에너지전환TF 회의를 주재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약 한 달 전이었다.

김 전 실장과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은 이 회의에서 “공론화 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권고할 경우 탈원전 정책 추진이 좌절돼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 대안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영덕 천지 원전 1·2호기 백지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논의했다고 한다.

이어 약 10일 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에서 “공사 재개 권고 시 예상되는 리더십 손상에 대해 ‘공사 재개는 수용하지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점을 강조하는 VIP(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2017년 10월 18일 문 전 대통령에게 “공사 재개로 결정될 경우 뒷감당은 산업부가 책임지고 (대처)하겠다. 월성 1호기는 조기에 가동 중단을 하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하겠다”고 보고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틀 뒤인 10월 20일 공론화 위원회는 공사 재개를 권고했다.

이후 김 전 실장, 채 전 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은 ‘산업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제출받기로 한다’는 계획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백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산업부 관계자들이 한수원에 “설비 현황 조사표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불가피’ 등의 문구를 쓰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 의향을 내면 배임과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거절했지만, 거듭된 압박에 결국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조사표를 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 관계자가 한수원에 “조기 폐쇄되지 않으면 산업부 국장, 과장이 다 옷을 벗어야 하는데 한수원이라고 아무런 일이 없겠냐”며 인사(人事) 압박을 넣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법은 김 전 실장 사건을 먼저 기소된 백 전 장관, 채 전 비서관 사건과 병합해 함께 심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