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법조 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동 일대의 ‘변호사 개업 준비’ 대행 업체들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들은 변호사로 개업하려는 법조인들에게 사무실 임차와 인테리어 공사, 집기 마련, 직원 구인 등을 ‘토털 서비스’로 제공해 왔다. 과거 수십 곳에 이르던 게 이젠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변호사 개업 준비 대행 업체가 받는 수수료도 1억5000만원대로 뛰었다”면서 “비용 부담 탓에 변호사 개업을 직접 준비하는 법조인이 늘어나면서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만 골라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옵션 상품’도 내놓았지만 손님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개업한 전관(前官)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검 근처 사무실 임차료가 너무 비싸 같은 서초동이지만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발품을 팔아 사무실을 구했고 컴퓨터, 복사기, 전화기, 책상과 의자도 손수 리스했다”면서 “사무실 유지 비용을 아껴 써도 한 달에 3000만~4000만원이라 수수료가 비싼 변호사 개업 준비 대행 업체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관이 아니라 사건 수임을 확신하기 어려운 변호사들은 서초동에 단독 사무실을 개업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일단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더라도 영업 비용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 변호사는 “서초동에 있는 중견 로펌도 포털 사이트 상단에 광고를 올리는 데 매월 1억~2억원을 낸다고 알고 있다”면서 “사건 의뢰인이 광고를 한 번 클릭할 때마다 7만~8만원이 추가로 나가기 때문에 개인 변호사가 이런 비용을 부담하면서 사건 수임 경쟁에 나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업 비용이 높아지고 사건 수임도 어려워지면서 연고가 없는 지방에 개업하려는 변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는 남양주시가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 남양주 도농역 인근에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이 문을 열면서 새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서울의 한 로펌에서 일하다 지난해 남양주에 개업한 변호사는 “임차료가 높지 않아 개업에 큰돈이 들지 않고 아직은 온라인 광고 경쟁도 별로 없다”면서 “가만히 있어도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워크 인(walk-in)’ 고객도 제법 있어 영업이 한결 수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