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전담 교도소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 북부 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전경.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흉악범 전담 교도소’로 경북 북부 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경북 북부 제2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중(重)경비 교도소로 ‘한국의 앨커트래즈’로 불려왔다.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 여중생 성폭행 살해범 김길태, 초등학생 성폭행범 조두순, 토막 살인범 오원춘 등이 수감됐던 곳이다.

그래픽=양진경

◇예산 문제로 옛 청송교도소 유력

흉악범 전담 교도소는 최근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서울 신림동 대낮 성폭행 살인 사건 등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당정(黨政)이 제시한 것이다. 실무 작업은 교도소 운영과 교정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가 진행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흉악범 전담 교도소를 새로 건설하지 않고 기존 교도소 중 한 곳을 지정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새 교도소를 지으려면 예산 확보, 부지 물색, 시설 공사 등에 상당한 시일이 걸려 운영 시작이 몇 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경북 북부 제2교도소를 ‘후보 1순위’로 놓고 구체적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북 북부 제2교도소는 흉악범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교정할 수 있는 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장기간 운영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독방에 CCTV 설치, 24시간 감시

경북 북부 제2교도소는 경북 청송의 광덕산과 낙동강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1992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으로 검거된 조직폭력배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경북 북부 제2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는 대부분 흉악범으로 다른 교도소에 수감 중 탈옥을 시도했거나 폭행 사건을 일으키는 등 문제수(囚)다. 이 교도소에는 수감실이 총 800여 개 있는데 그 중 700여 개가 5~6㎡ 안팎의 독방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방 수용자는 하루에 1시간 운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독방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안에는 24시간 작동하는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경북 북부 제2교도소 수감자는 외부 접촉도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가족 만남의 날, 외부 종교 행사 참석, 일반 귀휴(수감 중에 휴가를 받아 외부에 나갔다 오는 것), 사회 견학 등이 모두 금지된다. 검정고시 준비 등을 위해 도서실이나 자율 학습실을 이용할 수도 없다. TV 시청도 교화 프로그램만 허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 여론이 변수”

경북 북부 제2교도소가 흉악범 전담 교도소로 확정되려면 당정 협의를 통과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흉악범 전담 교도소는 일반적으로 혐오 시설이나 기피 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주민 여론이 변수”라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10년 당시 청송교도소에 사형 집행장을 신설하고, 사형수 등 흉악범을 집중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가 주민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교도소가 먼저 연상돼) 청송군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청송교도소 이름이 경북 북부 제2교도소로 바뀌기도 했다.

해외 국가도 흉악범 전담 교도소를 운영 중이다. 미국 콜로라도주(州) ‘ADX 플로렌스’ 교도소에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의 범인 조하르 차르나예프,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폭파 사건을 기도한 주범 중 한 명인 람지 유세프, 멕시코의 마약왕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 등이 수감돼 있다. 이 교도소는 혹독한 수용 환경으로 ‘깨끗한 지옥’으로 불린다.

또 러시아 오렌부르크주에 있는 이른바 ‘블랙 돌핀’ 교도소에는 연쇄 살인, 아동 성폭행 등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흉악범들이 주로 수감된다. 범죄자가 죽은 뒤에도 교도소 내 공동묘지에 묻히기 때문에 ‘죽어서도 나올 수 없는 곳’으로 불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