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가 이르면 26일 밤이나 27일 새벽 나온다.

이 대표가 26일 오전 10시 3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서관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26분 단식 회복 치료 중이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나와 법원으로 출발했다.

이 대표는 법원 서관 출입구에 도착해 타고 온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왼손에 우산을 든 채로 땅바닥만 응시하면서 포토 라인까지 46보(步)를 걸어갔다.

이어 이 대표는 4번 법정 출구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에서 내린 이 대표는 변호인과 만나 곧장 영장심사 법정으로 향했다. 이 대표가 천천히 걸어가느라 피의자, 변호인, 검찰, 법원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는 ‘출입제한구역’ 통로를 지나쳐 법정에 들어가는 데만 2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예정시간을 넘겨 오전 10시 7분 법정에 도착했다. 이 대표의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에서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박상훈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짙은 남색 양복 차림으로 녹색병원 정문에서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고민정 의원 등과 악수를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한 차례 흔들고 차량에 타 법원으로 향했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향해 “대표님 힘내십시오” “국민이 지킵니다” 등을 외쳤다.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걸으며 두 차례 휘청이기도 했다.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연다. 통상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구인장 집행을 위해 검찰청에 들러 법원으로 향하지만, 이 대표는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곧바로 법원으로 직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원의 영장심사가 끝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대표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로 검찰이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에 나선 지 2년 만에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됐다. 제1 야당 대표가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 측 집회 인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 비용 등으로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성남 분당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는다. 또 과거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A씨에게 접촉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위증 교사)도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1600여 쪽 분량의 의견서를 준비해 이 대표의 범죄 혐의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을 재판부에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 인멸 염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 혐의 자체에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지시하는 ‘위증 교사죄’가 포함돼 있고,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직 시절 산하 공무원 등에 대한 진술 회유·압박 시도 등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진술 번복을 반복하는 이유가 이 대표 측의 ‘사법 방해’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 법정에서 민주당 인사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부지사를 접견해 회유를 시도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접견 기록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대표 측은 현직 제1야당 대표의 신분이며, 검찰이 수차례 요구한 조사·재판에 성실히 응해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는 점도 언급하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할 계획이다. 오히려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진술을 회유하는 등 압박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혐의 사실의 분량이 많은 만큼 이날 심사 결과는 이르면 26일 밤이나 27일 새벽 나올 전망이다. 역대 최장 기록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영장심사를 받았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6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녹색병원을 나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발했다.